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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컴퓨팅과 6G 통신의 결합

by 이정호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덕분에 서로 긴밀히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곧 다가올 ‘6G 통신’ 시대와 ‘엣지 컴퓨팅’ 기술의 결합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초연결 인프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6G는 현재 5G보다 훨씬 낮은 지연 시간(이론상 0.1ms 수준)과 높은 신뢰도를 목표로 하며, 테라헤르츠(THz) 대역 활용을 통해 이론적으로 최대 1 Tbps 정도의 전송 속도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통신 인프라 자체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내재화해 네트워크 트래픽과 자원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최적화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엣지 컴퓨팅은 데이터가 발생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를 실시간 처리함으로써 지연을 줄이고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에도 유리한 특징을 갖는다. 더욱이 ‘TinyML’처럼 AI 모델을 소형화해 엣지 디바이스 자체에서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해진다.


6G와 엣지 컴퓨팅이 결합하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속도와 대역폭, 컴퓨팅 자원을 맞춤형으로 할당받을 수 있고, 엣지에서는 이미 훈련된 신경망으로 실시간 추론을 수행한 뒤 결과만 클라우드로 보낼 수 있어 네트워크 트래픽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산업 전반의 혁신이 기대되는데, 예를 들어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홀로그래픽 텔레프레즌스 기술을 통해 멀리 떨어진 전문의가 환자를 실시간으로 진료하거나 수술 로봇을 조작할 수 있고, 웨어러블 바이오센서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긴급 상황 시 병원에 자동으로 알릴 수도 있다.


제조업에서는 공장의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엣지로 모아 디지털 트윈(가상 공장 모델)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설비 고장을 조기에 감지하고, 협업 로봇이 초저지연 네트워크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조정한다. 교통 분야에서는 6G의 초저지연 통신과 엣지 서버가 만나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아 도로 상황과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고정밀 지도를 공유함으로써 자율주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이처럼 엣지 컴퓨팅과 6G가 융합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통신사가 6G 기지국에 엣지 서버를 설치해 클라우드 업체나 서비스 기업에 빌려주는 ‘엣지-aaS(Edge-as-a-Service)’ 모델, 엣지 환경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개발자들이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해 필요한 기업들이 구독하거나 구매하는 모델, 교통·환경 등의 데이터를 엣지에서 빠르게 가공해 판매하는 실시간 데이터 중개인, 민감 정보를 엣지에서 익명화한 뒤 활용도를 높이는 프라이버시 강화 분석 등이 그 예시이다.


또한 반도체·소프트웨어·통신사가 함께 제공하는 ‘턴키(Turnkey) 엣지-6G 패키지’로 기업이 한 번에 솔루션을 받아볼 수 있는 모델도 떠오르고, 초고화질 메타버스나 홀로그램 콘텐츠를 6G 네트워크와 엣지 렌더링을 통해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 XR 콘텐츠 프로바이더도 가능해진다.


다만 이러한 혁신이 현실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있다. 테라헤르츠 대역은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하고, 이는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며, 엣지 노드가 많아질수록 에너지 효율 문제와 보안 취약점이 커질 수 있어 신재생 에너지를 연계하거나 블록체인 같은 분산 보안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6G와 엣지 컴퓨팅이 제대로 결합하려면 국제 표준화 기구가 인터페이스와 프로토콜을 통일해 누구나 호환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도 과제이다.


데이터가 다양한 지역과 국가를 넘나들면서 처리될 때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주권 문제도 중요한 이슈이다. 이러한 기술적·법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신사, 클라우드 업체, 제조·헬스케어·교통 등 산업 분야 리더가 함께 협력해야 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API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2030년 전후로 본격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시대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활발히 등장할 것이며, 엣지 컴퓨팅과 6G의 결합이 만들어낼 초고속·초저지연 환경은 의료·제조·교통·엔터테인먼트 등 전 분야에 걸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초연결 사회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그 시작점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어떤 혁신과 생태계가 펼쳐질지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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