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시샘이라도 하듯,
봄은 말없이 다가와
한껏 부풀어 오른 바람을 잠재운다
푸르름은 땅끝을 타고 올라
잔디 위로 부드러운 날개를 펼치고
햇살은 그 틈에 조심스레 몸을 누인다
사람들의 발끝엔 가벼운 웃음이 내려앉고
얼굴마다, 어쩐지 봄이 닮아있다
웅크린 마음도 그 기운에 이끌려
조심스레 피어나기 시작하며
호숫가 아지랑이는 눈을 찡긋이고
하늘을 가르는 새들의 날갯짓엔
들뜬 노래가 묻어난다
그러다,
어느새 내 마음에도
작은 봄 하나가 뚝, 떨어진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오랜 그리움의 문을 열어젖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