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에 담긴 동양에 대한 상상력
서양음악에서 오리엔탈리즘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는 18세기부터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는 '오리에트(Orient)'에서 기원한것으로 오리엔트란 라틴어 '오리엔스'(Oriens)에서 왔으며 '해가 뜨는 방향' 혹은 '해돋이'라는 의미에서 발전하여 '동방'또는 ' 동양'을 의미합니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방향은 라틴어 '옥시덴스 (Occidens)에서 유래되어 '옥시덴트' (Ossident) 라고 불리며 '서양'의 의미합니다.
당시 유럽에서 ‘오리엔트’는 주로 오스만 제국을 의미했고, 터키풍(Turquerie)은 하나의 문화적 유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터키식 의복이나 궁정 문화를 다룬 연극이 성행했고, 문학에서는 오스만 술탄과 후궁, 음모와 전쟁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오페라와 기악음악으로도 확장되었고, 서양음악 안에서 동양에 대한 상상과 모방이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적 측면에서 오리엔탈리즘의 핵심 매개는 오스만 제국의 전통 군악대인 메흐테르(Mehter)였습니다. 메흐테르 음악은 강한 리듬과 타악기 중심의 음향으로 유럽인들에게 이국적인 자극을 주었고, 실제로 유럽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메흐테르 군악대는 오스만 제국의 문화를 과시하는 외교적 도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오스만 술탄은 18세기 초 폴란드의 아우구스투스 2세에게 터키 군악대를 선물했고, 당시에는 악기뿐 아니라 연주자 12~15명까지 함께 보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러시아에서는 1725년 이스탄불에 사람을 보내 유사한 군악대를 요청하였고,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1741년부터 터키풍 군악을 정규 연주에 도입합니다. 18세기 후반에는 영국도 이를 수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유럽 음악에는 메흐테르에서 사용된 심벌즈, 큰북, 작은북, 트라이앵글 같은 타악기가 도입되었고, 이는 군악뿐 아니라 관현악 편성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팀파니는 본래 이슬람 문화권의 악기였으며, 유럽에 도입된 이후 발전을 거쳐 베토벤 시대에는 정규 관현악단의 핵심 악기로 자리잡게 됩니다. 메흐테르의 음향은 단순한 이국적 장식이 아닌, 18세기 서양 교향악단의 구조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군악대의 음악적 특징이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하이든의 교향곡 제100번 '군대'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331이 있습니다. 특히 K.331의 제3악장은 모차르트가 직접 ‘알라 투르카(alla turca)’라는 지시어를 붙인 점에서 중요합니다. ‘알라 투르카’는 ‘터키풍으로’라는 의미이며, 이 악장은 ‘터키 행진곡’이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곡은 1778년 파리에서 작곡되었으며, 타악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음악적 수단을 통해 타악기적 효과를 모방하고자 했습니다. 잦은 꾸밈음, 갑작스러운 음정 도약, 생소한 음계 사용, 반복적인 리듬 패턴 등은 메흐테르 음악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요소들입니다. 모차르트는 당시 터키풍 음악에서 주로 쓰이던 밝고 경쾌한 C장조, D장조, A장조를 선호했으며, 이 작품의 제3악장 역시 A장조로 작곡되어 군악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18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에서는 터키 군악의 음색과 리듬을 모방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았고, 실제로 큰북, 트라이앵글, 심벌즈를 조합한 음향이 다양한 작품에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그러한 외형적 모방에 그치지 않고, 타악기를 생략한 채 리듬적 기법과 음형만으로 이국적인 효과를 재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따르는 태도에서 벗어난, 훨씬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음악적 접근이었습니다.
음반추천은 미츠코 우치다 (Mitsuko Uchida)의 모차르트 소나타 모음집입니다.
모차르트 해석의 대가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로 이 음반은 그녀가 전곡에 걸쳐 보여주는 섬세한 프레이징과 투명한 음색,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에 담긴 유머와 인간미를 세심하게 담아낸 명반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5장의 CD에 걸쳐 모차르트의 주요 피아노 소나타를 모두 감상할 수 있어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는 컬렉션입니다.
그녀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 연주는 여유로운 템포 속에서도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세련된 균형감을 잃지 않습니다.유쾌한 선율 속에 숨겨진 섬세한 억양과 리듬의 유연한 흐름은, 오히려 모차르트가 의도한 ‘우아한 위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죠.
이 글은 아래 논문들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의 소중한 작업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출처, 참고문헌 : 우재연. 「모차르트 음악에 나타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연구」.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