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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젤리 Jun 30. 2024

나도 아이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싶다

강릉일기 - 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 쓴 장소: 강릉 게스트하우스 1층 카페공간에서

날짜/ 시간 : 24년 6월 28일 오후 12시


이 뷰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일기를 쓰는 중



날씨가 좋다.

강릉에 올 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는 노래를 발견한다.

이번 여행의 노래는 헨의 익숙한 새로움, Frank Sinatra의 My Way.


https://www.youtube.com/watch?v=ZFa3LcPHm9Y

익숙한 새로움 - 헨

https://youtu.be/qQzdAsjWGPg?si=M9oegWGYyxs-ls0h

My Way - Frank Sinatra




작년 가을을 지나 오랜만에 혼자 다시 방문한 강릉.

두 번째 방문의 좋은 점은 첫 번째 방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장소를 보며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같은 숙소에서 묵은 분과 함께 저녁 먹으러 갔던 횟집을 이번에 또 갔는데,

식당 사장님 부부의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었다.

첫째 여자 아이는 그대로 발랄하고 귀엽더라.

재잘재잘, 호기심 가득한 건 여전했다. 부드럽고 포동포동한 볼살도.

갓난아기였던 둘째 남자아이는 그새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컸다.

1년이라는 시간이 아이와 어른에게는 참 다른 시간이겠구나 싶었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크는 동안 나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보니 어른들에게 하루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문득 생각했다.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하루는 모두 소중한데, 살다 보면 그걸 잊고 그저 견디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나도 아이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싶다.

아이의 마음이란, 늘 설레는 일이 있지 않더라도

그래서 가끔 혹은 자주 일상이 따분해도,

언제나 주변에서 재밌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마음인 것 같다.

이렇게 바다를 보며 3시간을 내리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처럼 말이다.



바다 앞에서 노래를 들으며 멍 때리는 시간이 좋다.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함을 깨닫는다.

시간이든, 마음이든, 너무 노력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태껏 나의 한계에 닿을 때까지 애쓰는 게 익숙해서

무의식적으로 시간과 마음에 애를 써왔다.

특히  가지는 괴로울 만큼 애쓰면 애를 쓸수록 손에 안 잡히는 것인데 말이다.



바다의 수면에 파도가 일고, 날씨의 변덕에 요동칠지라도 깊은 아래에는 고요함이 있습니다. 파도가 치거나 잔잔한 날, 어떤 상황도 바다 그 자체의 존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폭풍우나 바람도 지나간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억누르거나 압도당해 더 큰 화를 만드는 대신 그 감정이 지나가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바람과는 싸울 필요가 없듯이요.



일상에 새로움을 넣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그러니까 삶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어도 괜찮다.

그럴  강릉의 사천해변과 경포해변 물결이 나를 감싼다고 상상하면 마음에 시원함이 차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바다가 너무 그리워지 아이의 마음으로 지금처럼 강릉으로 훌쩍 떠나오면 된다.



인생에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면 덜 자책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 탓이 아닐 거다.

나의 책임감은 나를 빛나게 하지만, 그게 날 너무 힘들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문득 가라앉는 내 모습도 그저 귀엽고 유쾌하게 바라봐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도 마땅히 필요한 고민일 테니까,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라며 굳이 성급하게 덮어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그저 '이런 고민이 드는구나' 가만히 바라봐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근래 나의 불행은 인정을 바라는 마음에서 온 것이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도 일종의 인정으로써 바랐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다.

그저 내 삶을 즐기면 된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과거를 들추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나의 선택으로 채워가자.

알면서도 자꾸 잊지만 그래도 괜찮다.

또 기억해내면 되니까.




- 강릉에서 횟집 아이와의 눈 맞춤, 미소, 부드러운 볼, 바다냄새와 파도소리를 기억하며 


우리는 과거의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를 오가며 현재를 잃은 채 살 때가 많습니다.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이 내 삶을 껴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 내가 이곳에 존재함을 충만하게 느껴보세요. 나의 생명력, 기적처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의 신비로움을 통해 내면의 고요, 더 크고 평온한 나를 오롯이 만나게 됩니다.





6월 27일, 서울에서 강릉으로

회사에서 몰래 빠져나와 서울역으로 향했다. (스릴 만점ㅎ) 한적할 줄 알았던 목요일 점심의 서울역. 사실은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으로 먹은 "감자바우"의 장칼국수. 맛있게 맵다!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감자 옹심이도 정말 일품이다




단짠단짠 레퍼토리를 위해 장칼국수 다음 후식으로 먹은 말차맛 달떡젤라또 :) 부산여행에서부터 꽂혀있는 간식이다. 쫄깃한 떡 안에 적당히 단 젤라또의 조합은 완벽하다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방문한 사천해변. 다른 해변보다 한적해서 좋다.  



귀여운 형제





사천해변에서 두 시간을 내리 보낸 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마주한 노을.



반가운 얼굴이 있는 횟집에서 물회를 포장하고 꿀꺽 라거와 함께 먹었다.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시원한 맛 :)
밥을 다 먹은 뒤, 늘 보고싶던 왕가위의 영화 <타락천사>를 보았다. 혼자 하는 이별도 실연임을 알려준 영화




6월 28일 강릉 2일 차, 서울로 돌아가는 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위크엔더스의 조식. 먹고 나면 뿌듯해지는 건강식이다. 두부스프와 베이글에 바른 두부스프레드 레시피가 너무 궁금하다.



속이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여쭤봐서 게하 스탭분의 추천으로 방문한 Melt-in. 아늑한 인테리어, 토마토수프와 샌드위치를 팔고 하노키우드라는 향의 디퓨저를 쓴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달콤&부드러운 토마토 수프, 바질페스토와 햄, 치즈, 로메인이 들어간 포카치아 샌드위치. 요 근래 먹은 샌드위치 중에.. 아니 지금껏 먹은 샌드위치 중에 베스트!



첫날에 갔던 사천해변에 또 가려던 길에 환승 버스 정류장에 내려보니 경포해변에서 축제를 하고 있었다.  바로 계획을 틀어 경포해변으로 직행 :)



해변가 앞 여러 부스에서 음식과 맥주를 팔고 있었다. 양꼬치와 맥주로 시작해서, 저녁으로 감자알떡볶이를 먹었다. 바다를 보며 먹으니 고급레스토랑이 하나도 안 부러움ㅎㅎ




내 그림자!



경포해변의 바다색은 푸른 에메랄드색이다. 햇살이 좋아서 평소보다 더 예뻤을 거다. 이렇게 예쁜 색의 바다가 한국에도 있구나 :)



이번 여행에서도 위크엔더스에서 묵었다. 두 번째 방문만으로 이젠 외관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 익숙한 공간이다.



바다가 그리울 땐 하늘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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