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년 가까이 서치펌(Search Firm)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입사(이직) 지원자를 만나 인터뷰와 컨설팅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십 년 전부터 공기업, 지방자치단체의 직원 채용 전문 면접관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현 정부 초기부터 공정채용 정책 확산과 블라인드 채용 도입의 증가로 최근에는 주 2회 이상 연간 80여 일 채용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면접관으로 활동을 할 때마다 각 기관에서 요구하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을 하고 적절한 지원자들을 판단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연구도 하고 전문 면접관들 모임을 결성하여 학습 및 정보공유 활동도 하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인재를 잘 채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를 하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게 하면 조직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을 잘못 뽑으면 기존의 조직이나 업무가 상당히 틀어지고 복잡하게 되어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인사 망사(人事亡事)가 될 수도 있다. 최근 00 시청의 직원 채용을 위한 전문 면접관으로 1일 위촉을 받아 입사 지원자를 심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채용 현장에서 인사팀장과 인사를 나누고 당일 채용의 주요 사항 등을 확인하면서 직원 채용에 대한 고충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00 시청에는 부서마다 폭탄 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매년 직원 채용 시마다 주변 직원들에게 심각하게 피해를 주고 조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폭탄 같은 직원이 입사하여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폭탄이 하나 제거(퇴사)되면 ‘폭탄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새로운 폭탄이 또 입사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경우 한 번 입사하게 되면, 치명적인 과오가 있기 전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폭탄 같은 직원이 입사하게 되면 수십 년 동안 직장 동료는 물론 민원인들에게도 폐해를 주어 팀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조직의 성과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인사팀장께서 "제발, 폭탄 같은 지원자를 잘 걸러 주세요"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폭탄 직원의 특징
폭탄 같은 직원으로 인한 문제는 외국에서도 큰 골칫거리일 것으로 생각되어 HBR(Harvard Business Review)을 살펴보니 관련 논문들이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 미국의 C. 포래스 교수에 따르면, 폭탄 같은 직원 한 사람 때문에 연간 12,000달러가 소모되는데, 이는 우수한 직원이 연간 벌어들이는 돈(생산성, 5,000달러)의 두 배 이상에 해당된다고 한다. 폭탄 같은 직원으로 인한 조직 내 부정적인 분위기 확산, 소송 비용, 직원의 사기 저하, 고객 불만과 같은 다른 잠재적 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금액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폭탄 같은 직원(toxic employee)은 업무성과는 좋을 수도 있지만, 이기적이거나, 위세를 부리거나, 지속적으로 목소리가 너무 크며, 자기 의견만 내세우거나, 약자를 괴롭히거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며 특히, 동료들에게 도덕적으로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들은 동료들의 생산성을 심하게 떨어 트리거나 병가를 내게 하거나 심하게는 퇴사(극단적으로는 자살)를 하게 만들어 기업이나 조직을 폭발시킨다.
포래스 교수는 폭탄 잠재력이 있는 지원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채용 과정(특히, 면접) 중에 후보자의 공손함(civility)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입사 후 어떻게 일하겠는가와 같은 가상의 질문보다 과거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상사나 동료의 평판, (조직에서) 스트레스나 갈등을 관리해야 했던 사건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동료들과 협업하거나 팀원들을 잘 관리한 사례 등을 확인한다.
또한, 어떤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가 가장 어려운지, 다른 사람과 일하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고, 전 직장 상사나 동료들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지, 자신의 행동이나 결과, 성과에 대하여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또는 다른 핑계를 대는지 등 면밀하게 관찰한다. 질문할 때 주의할 점은 면접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STAR 기법을 활용하여 지원자가 어떤 상황(Situation)에서 맡은 과업(Task)은 무엇이고, 어떤 활동(Action)을 수행하여 결과(Result)는 어떠했는지 확인한다. 주의할 점은 첫 번째 대답만 받아들이지 말고 2~3개의 사례를 요청하거나 (의심스러운 경우) 1차 답변에 대한 후속 질문을 통하여 진위여부를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입사 지원자의 여러 가지 행동을 관찰하여 폭탄 잠재력을 확인한다. 즉, (특별한 이유 없이) 지각 또는 면접 시간에 임박해서 도착했는지, 면접 당일 후보자들이 만난 사람(회사 주차장 관리원, 정문 경비원, 다른 직원 등)에게 친절하고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지 또는 거들먹거리거나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폭탄 같은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심리학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세계 3대 심리학자인 A.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생활을 구성하는 강력한 요소들이 유년 시절에 형성된다고 한다. 즉, 유년기 삶의 방식이 성숙한 후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또는 어린 시절에 가장 기분이 좋은 기억이나 나쁜 기억 그리고, 어린 시절 습관이나 행동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열등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도 확인하고, 열등감이 없었다면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리고, 스스로 가장 개선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한다.
필자는 최근 모 기관 채용 면접에서 실제로 지원자의 열등감에 대하여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즉, 생활하면서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질문하니, 특별히 열등감을 느껴 본 적이 없다는 지원자가 더 많았다. (아마도 준비가 안된 질문이어서) 답변을 회피하거나 또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을 두려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지원자는 대학 입학 초기에 특목고 출신 동기들의 빠른 학습 속도와 자신의 인지 능력이 비교가 되어 열등감을 느낀 적이 있었으나 주도적인 팀별 과제 활동 등 적극적인 학습으로 열등감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에 따르면, ‘세상은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는 사회학자 B. 바버의 말을 인용하여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배우려는 사람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교훈을 얻으며, 개선 및 성장하기 위해 더 노력해 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스스로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기 위해 몰입한 경험이나 최근에 가장 크게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본다. 만약, 배우는 것에 노력한 경험이 부족하거나 답변이 어색하다면 변화에 소극적이거나 폐쇄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팀장급 이상 채용의 경우는 평판조회(Reference Check)가 중요하다. C. 포래스에 따르면 지원자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Kiss up, Kick down) 유형’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지원자보다 직급이 낮은 수준의 동료들과도 확인할 것을 강조한다. 가능하다면, 업무 이외의 활동을 하는 공동체(예, 지역사회 조직, 출신학교 동문회, 취미활동 모임 등) 구성원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면접 현장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매우 확고한 지원자를 만나는 경우 독선적으로 보여서 폭탄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다수의 동료 면접위원들이 심각한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참고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과도하게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을 폭탄의 잠재력이 있다고 낙인을 찍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목소리가 크지만 자기주장이 객관적이면서도 명확한 지원자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