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하고 싶은데 열심히 하고 있는 나
지방대 국문과를 나와서
운 좋게 증권회사에 취업했다.
숫자와는 담쌓고 지내던 내가
금융업에, 그것도 증권회사에 취업할 것이라고는
나를 포함해 내 주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운 좋게 입사한 회사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깨달은 것들이 있다.
첫 번째,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모든 회사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하는 일은 '노력'하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
다만 그 '노력'에 대한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두 번째,
모든 일에는 '성과'가 따른다.
'성과'는 노력에 대한 결과 값으로
나에 대한 평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져야 할 책임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성과'는 참 주관적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평가해 주기도 하고
나 스스로 판단하기도 한다.
회사를 다녀보면 안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회사가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열심히 한다고 모든 성과가 다 좋을 수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나는 무엇인가 시작하면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힘들었다.
'잘'한다는 것은 참 주관적인데 그 때문에 나는
내 능력의 한계와 자주 맞닥뜨렸고,
남과 비교했고, 좌절했고 자책하느라
행복할 틈이 없었다.
인생은 꼭 모든 것을 '잘' 할 필요 없다.
적당히 해도 살만하다.
살아가는데 문제없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그토록 '잘'하고 싶었을까
낮은 자존감과 강한 인정욕구,
그리고 완벽하지 못하면서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살면서 변화한 부분들도 있지만
적당히 힘 빼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핑계로
내 능력의 한계 테스트를 자초한다.
결과는 오늘도 '아웃(실패)'이다!
(이것은 내 능력 밖이다.)
회사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다.
더 이상 그 어느 것도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회사생활 18년 차
나는 매일 '번아웃'이 온다.
적당히 좀 하자, 적당히!!
그래도 살아진다.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