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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너에게 예민한 나

사랑하는 우리 첫째 콕콕이 에게

by 집으로출근

첫째의 태명은 '콕콕이'였다.

임신 초기에 배를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도 있었고

엄마, 아빠의 좋은 점들만 '콕콕' 닮으라는 의미였다.


어느새 우리 첫째 콕콕이는

11살 초등학생 4학년이 되었다.


첫째는 신생아 때부터 예민했다.


등센서가 유난히 민감해서 하루 종일

거의 안고 지냈는데

속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첫째의 납작한 뒤통수만 보고

"아이코... 아기가 순한가 보다~

바닥에서 오래 재우면 뒤통수가 납작해져요~"

하셨다.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분수토 덕분에

일주일에 두세 번 이불 빨래는 필수였고

백일의 기적 따위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돌이 지날 때까지 통잠 한 번 제대로 잔 적이 없다.


밤에도 두세 시간 간격으로 깨는 바람에

남편과 나는 첫째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다섯 시간 이상 숙면을 취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커갈수록 나아지겠지 했는데

첫째의 예민함은 클수록

또 다른 걱정과 불안의 정서로 변해 갔다.


세 살 때부터 첫째는 늘 주변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에 고파했고,

또래 친구들이 함께 놀아주지 않음에 서운해하고

슬퍼했다.


하필 당시 첫째가 다니던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이

남자아이 일곱에 혼자 여자아이였는데,

그래서 더욱 또래 친구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힘들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 당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티오가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 급히 보냈던 것인데

아이가 지낼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결정했던 것에 대해

아직도 미안하고 후회가 된다.


첫째는 걱정이 많고 예민하다.


신기하게 남편과 나의 예민한 성격들을

'콕콕' 찍어 닮았다.

남편은 계획적인 성격이라 계획에서 벗어나거나

예측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예민하고,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남들의 시선이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 예민한데

첫째는 엄마 아빠의 이런 예민한 부분들을

모두 물려받았다.

(물론 조금씩 더 낫긴 하지만...)


가끔 그런 첫째를 보고 있으면

유전적인, 환경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먼저 경험해 본 인생선배로서)

'그럴수록 너만 피곤해져~ 그만해!'라는

걱정이 화로 변질되어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이게 되기도 한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꼭 후회하게 되는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못난 엄마가 되어버린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화'는 진정 첫째에게 나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에게 투영된 내 모습에 나는 것일까?


걱정이 많은 아이를

걱정하며 화내고 있는 나의 모습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릴 적 걱정 많고 예민했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첫째도 그냥 그저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꼭 보듬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텐데

그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내가 참으로 못났다.


예민한 너에게 예민한 나



엄마를 '콕'찍어 닮은 너,
그래서 엄마는
앞으로 더 멋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랑해 딸,
내일은 꼬옥 안아줄게

걱정하지 마 딸,
엄마가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게

고마워 딸,
너 덕분에 엄마는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 우리 첫째 콕콕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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