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초등학교 3학년
나빠진 눈 시력 때문에 안과를 갔다.
검사를 마친 의사 선생님은
시력이 안 좋아
바로 안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언니들만 쓰던 안경을 드디어 쓰게 되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하며
새로 맞춘 안경을 끼고
틈만 나면 안경테를 추켜 올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눈시력은 더욱 나빠졌고
안경알은 점점 두꺼워졌고
나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안경을 낄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
나는
더 이상 안경 쓰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누군가 그랬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 만큼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아졌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며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내는 것이 어른이다.
돌이켜 본
오늘의 나는 '어른'스러웠다.
문제에 직면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글을 쓰는 지금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10살 안경잽이
그대로인 것 같은데
그사이 참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자라났다.
이제,
안경을 벗으면 눈에 뵈는 것이 잘 없다.
그래서 안경을 껴야만 한다.
그렇게 어느새 나는
안경을 낀 진짜 어른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