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의 인생 고민
주말 오후
남편에게 오늘은 치과 진료를 마치고
혼자만의 시간을 좀 보내고 오겠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매일밤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잘 견뎌냈구나,
무사히 잘 끝냈구나.
나의 하루는 허다하면 무엇인가
까먹고 잃어버리고 찾고의 뒤죽박죽 연속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한 번쯤은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뒤죽박죽 내 삶의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하루이틀 만에 답을 찾을 수 있는
가벼운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 이쯤에서
한 번의 정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카페에 앉아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글로써
나의 머릿속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내 삶의 문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벌써 4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살아왔는데
그동안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이 알 수 없는 공허함은 무엇일까?
내가 삶을 너무 무겁게 살아가는 것일까?
조금은 우스울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이런 생각도 한다.
이 세상엔 내가 가보지 못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어쩌면 평생 가볼 수도
경험해 볼 수도 없는,
무언가 다른 세계가
분명히 존재할 것만 같다는 생각,
한창 취업준비를 할 시기였던 대학교 4학년 시절,
학교 도서관에 혼자 앉아
여행 에세이들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지금의 상황과는 별개로)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라는 책을 읽고는
마치 당장이라도 나 혼자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아 사정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킨 적도 있다.
(그 당시 용기 내어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
상상만으로도
설레었고, 흥분되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평범한 외모에
차분해 보이는 나라는 사람은,
보이는 것과 다르게
항상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는 사람인 것 같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본인이 꿈꿔오던 집을 직접 지어서 사는 사람들,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싱어송라이터,
집도 없이 세계일주 여행 다니며
일상을 기록하는 어느 신혼부부 유튜버,
남들은 이해 못 하지만 본인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개성 있게 사는 사람들,
나는 늘 그러한 사람들과 삶을 동경해 왔다.
그래, 내 삶의 공허함은 바로 이 때문인 것 같다.
어떻게 저 사람들은 저렇게
본인의 생각과 판단에 확신과 결단력을 갖고
본인이 원하는, 꿈꾸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작년부터 그 해답(용기)을 찾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책 속에는 많은 교훈과 배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나에게, 내 삶에
결정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나 스스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해야겠다고,
그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 나는 놀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마냥 즐겁게 인생을 살고 싶다.
글을 쓰고,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가꾸고,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것들을 보고 맛보고,
자유롭게 듣고 보고 느끼며 살고 싶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는데,
경제적 자유는 1-2년 단기간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들어 더 뼈저리게 깨닫게 되어서
내 머릿속이 더 복잡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이상하게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주말 오후 광화문 번화가,
삼삼오오 시끄럽게 웃고 떠들고 있는
이 공간에서
혼자 음악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
낯선 나의 이 모습이, 이 일탈이,
조금이나마 내 삶에 위로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혼자 커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적당한 소음과 함께하니
오리혀 더 좋은 이어폰 속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지금 나는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있는 느낌이다.
생각이 조금 정리되고 나니
일단 뭐라도 한 번 해봐야겠는 결심이 든다.
주말 카페에서
이렇게 혼자 글쓰기를 계속해보든,
네이버스토어를 개설해서 운영해 보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무엇이든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도전과 변화의 과정을
틈틈이 지속적으로 기록해 봐야겠다.
비 오는 광화문 카페에서의 오늘 오후,
참 좋았다.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