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폰라클 #1
톡.
하얗게 질린 핸드폰 화면을 끄면 적막이 밀려든다. 오색찬란한 세상은 금세 어두운 흑백의 세상에 잠긴다. 폰을 손에서 떨군다. 정신을 잃는다. 드디어 안식이다.
매일 밤 침대에서의 내 모습이었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슬슬 든 것은 오히려 아침이었다. 빛을 보면 눈이 시큰거리는 것이다.
이건 내 직업 탓도 있다. 개발 도구를 만지는 특성상 네모난 컴퓨터 화면을 하루 종일 들여다봐야 한다. 들여다보기 뿐이랴, 몰입을 해서 보게 된다. 몰입 상태일 때 사람은 눈을 덜 깜빡인다지 않은가. 이 때문에 블루라이트 안경까지 사서 꼈더랬다. 그럼 뭐해. 퇴근과 동시에 안경을 내려놓고 주구장창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는데.
그래, 눈 시림에 대해 직업 탓은 그만하기로 했다. 나는 고심 끝에 (정말 많이 고민했다) 핸드폰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러다이트 운동을 좀 해보려고.
나의 황당한 발언에 연인은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거 이백 년 전에 유행 지났는데?
나는 푸핫 웃으며 아침에 눈을 뜨고 두 시간 정도만 핸드폰을 안 볼 생각이라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제야 연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난 또 자기 아이폰을 반으로 접어버린단 줄 알았잖아.
그러면서 자신도 과거에 디지털 디톡스를 해본 적이 있으며,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버렸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 그런 단어가 유행했던 듯도 하다. 디지털 디톡스.
그런데 솔직히 폰을 아주 안 볼 자신은 없고, 잠시 동안만이라도 전자파를 내뿜는 저 빛 덩어리를 안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먹고살려면 일하는 시간 동안에 '화면'을 안 볼 수는 없고,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만, 아니 가는 지하철에서만이라도 핸드폰 사용 시간을 줄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핸드폰을 멀리하는 시간을 아침으로 정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퇴근길에 (다른 것에 몰두하지 않고)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을 그대로 느끼며 집까지 올 자신이 도저히, 정말 도저히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시간을 정하기 어려워서다. 내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크게 출근 시간, 퇴근 시간, 자기 전으로 나뉜다. (나열하고 보니 사실상 자는 시간과 일 하는 시간을 제하고 전부다)
퇴근 시간은 첫 번째 이유로 패스. 자기 전 시간은, 자는 시간을 정해놓고 자는 게 아니라 핸드폰을 두 시간 차단한다는 느낌을 내기가 어렵다. 그럼 남는 시간은 아침뿐.
마지막 이유는, 모닝 미라클이니 뭐니 하며, 아침 습관 만들기로 한동안 떠들썩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습관 만들기가 그렇게 좋다면야, 아침의 습관 없애기도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 않은가.
그렇게 탄생한, 이름하여 '모닝 폰라클' 운동.
사실 운동이라고 거창하게 할 것도 없다. 하루에 두 시간 잠깐 휴대폰 안 보는 건데 뭐. 어디 가서 말하기도 민망할 수준 아닌가. 영화 한 편만 봐도 후딱 가는 게 두 시간인데.
라고, 그때의 나는 안일하게 생각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