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폰라클 #3
'아침에 눈 뜨고 두 시간 휴대폰 안 보기'운동, 일명 모닝폰라클을 결심한 두 번째 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나의 작은 소중한 휴대폰은 하루 중 단 두 시간만 부재할 뿐인데 난 자리가 너무나 뼈저리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애인보다 아끼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렇게 휴대폰의 난 자리가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이상했던 게, 내가 휴대폰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SNS도 많이 하지 않고 연락에 대한 답장도 매우 느린 편이다. 애초에 상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 알람을 모두 꺼둔다.
그런데도 이렇게 그의 부재를 많이 느끼다니.
휴대폰의 부재를 느낄 때는 이런 식이다. 갑자기 그저께 주문한 물건의 배송 상태가 무지 궁금해진다. 검색하려고 손을 휴대폰으로 뻗다가 멈칫. '아 어제 내가 그 친구한테 답장 못 하고 잤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손을 뻗다가 멈칫.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기 적당한 그릭요거트 집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였지?' 검색해보려다 또 멈칫.
내가 얼마나 호기심이나 충동을 즉각적으로 해소하고 있었는지, 그걸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있었는지.
이러한 '즉각적인 해소'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판단을 당장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생각을 잠시 묵히는 선택지도 있다는 사실은 내게 조금의 해방감과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어떤 의문이나 충동은 해소하는데 굳이 내 시간을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사소하게 휙 지나가는 상념이기도 하다. 그런 의문은 즉각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당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꼭 필요한,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든가 꼭 필요한 물건 가격을 검색해봐야 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그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시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편으로, 휴대폰으로 뻗는 손을 수없이 많이 멈칫거리면서 핸드폰이 참 많은 것을 대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 메모장, 지도, 인터넷 검색 등의 기능적인 측면만 말하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동네 빵집이 여는 시간'조차 온라인을 통해서만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러한 정보를 알아내도, 다음에도 즉각적으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으니 굳이 기억하지 않고 곧 잊어버린다.
예전에 휴대폰이 없던 시대에 부모님께서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들을 다 외우고 다녔다고 한다. 물론 보조 수단으로 수첩에 전화번호를 빼곡히 적어 다니시긴 했지만 말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 아버지는 국도 번호까지 다 외우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러던 아버지도 이제는 내비게이션 없이는 멀리 운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신다.
기계가 사람의 기능을 보조해주는 걸 넘어서 일부 기능은 대체해주기 때문에 사람은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인간은 발전하는 걸까, 퇴보하는 걸까?
귀찮은 건 기계에 맡기고 다른 생산성 높은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걸까? 아니면 암기력이나 주변 인지와 같은 능력이 퇴보하기만 하는 걸까?
흠. 대단한 인문학적인 사고까지 갈 필요 없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오프라인, 그러니까 내 주변을 인지하는 게 꽤 즐겁다는 사실이다. 매일 차로 타고 다니던 풍경을 천천히 걸으며 보는 느낌이랄까. 일상이 새롭고 세밀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