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 Jan 11. 2021

싱어게인 30호의 노래에 빠지게 되는 이유 전격 분석

30호 관찰 및 분석 보고서 - (2)

싱어게인 30호의 '치티치티 뱅뱅' 커버 무대를 본 사람은, 적어도 한 번씩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아니, 치티치티 뱅뱅에 이런 가사가 있었어?'

이효리의 곡을 떠올려보면, 사실 시작 부분인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와 킬링 파트인 '치티치티 뱅뱅'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30호의 무대를 보고 나서는 '못 이기는 척 나를 따라와', '사실 너도 날 알잖아 나의 무대가 두렵잖아' 등 많은 가사가 뇌리에 남는다.

Jtbc 싱어게인 6회, 30호 이승윤의 무대 중

이렇게 많은 가사들이 원곡에 있었나 싶어서 비교해 봤더니, 원곡에서 가사를 뺐으면 뺐지 추가한 것은 다음 두 줄밖에는 없다.


"꼭두각시인 것도 잠시

겁도 없이 난 또 노래하지"


이 추가된 가사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얘기하고, 먼저 그의 가사 전달력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치티치티 뱅뱅' 무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말을 노래로 하는 법을 아는 듯하다. 그저 기교 있게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말'로서 상대에게 감정을 담아 전달한다.

이런 식이다.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에서 '안간힘'을 노래할 때는 정말 힘을 쓰듯이 목소리를 살짝 쥐어짠다. '퍽이나 위하는 척, 내 걱정 해주는 척'을 노래할 때는 정말 그렇게 '척'한 사람이 눈 앞에 있는 듯이 비꼬는 목소리다.


사람들이 30호의 무대를 신기해하면서도 강렬하게 기억하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는 '말'자체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의 음과 리듬감을 사용한다.


원래 '말'이라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로 발달해왔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같은 단어도 다른 음으로 소리가 난다. 이 때문에 얼굴 표정을 보지 않고 통화만 해도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즉, 어떤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하는 순간 감정이 실리면 나는 음이 있는데, 30호는 그 순간의 음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단어를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감정이 건드려진다.


물론 많은 가수들이 노래에 감정을 싣는다. 하지만 그가 노래하는 것을 들어보면 감정에 노래를 싣는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이다.


치티치티 뱅뱅 무대 하나만 보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의 싱어게인 첫 무대인 '허니'에서도, 노래에 실린 강렬한 감정에 심사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말려들어갔다.

Jtbc 싱어게인 2화 중

이쯤에서 그의 음악 세계를 잠시 들여다보자. 커버 곡이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는 가사를 어떻게 노래할까?


그의 자작곡을 쭉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달리는 댓글이 있다. '가사가 너무 좋아요.''가사를 곱씹어보게 됩니다' 같은, 가사에 대한 반응들이다.


사실 대중들에게 편한 곡, 각인되기 쉬운 곡을 만들려면 반복되는 훅(hook)으로 노래를 채우는 게 제일 빠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가사들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여 정교한 레이스를 짜낸다. 그의 노래에는 온갖 비유와, 노랫말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과, 각종 철학적인 질문이 난무한다.

이승윤 개인 앨범 '달이 참 예쁘다고'의 앨범 표지

그의 가사가 얼마나 어렵냐면, 그의 곡 '굳이 진부하자면'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등장할 정도이다. (이 가사를 처음 듣고는 한참을 웃었다. 이렇게 자기 고백적인 가사라니!)


"친구들이 그래

네 가사는 너무 어려워

그건 나도 알아"


자작곡 가사에 자조적으로 쓰일 정도로 어려운 가사라니.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기 위해 30호의 치티치티 뱅뱅의 가사로 돌아가 보자.


아까 앞에서 얘기한, 치티치티 뱅뱅의 원곡에는 없었던 가사를 기억하는가. 이 부분의 원곡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나를 조종하실 바라니?

원하는 걸 또 또 telling me

제발 정신 차려

그대로다 차렷

거기까지 I can make it right"


이 가사를 30호는 아래와 같이 바꾼다.


"나를 조종하길 너는 바라니 뭘 더 더

원하는 걸 자꾸만 더 telling me 더 더 더

꼭두각시인 것도 잠시

겁도 없이 난 또 노래하지 예예(예예)"


나머지 가사가 다 원곡의 것임을 감안하면, 가장 '이승윤스러운' 가사가 노출되는 순간이다.


그의 자작곡에서 자주 사용하는 은유법이 사용되어, '나'를 잠시의 '꼭두각시'로 표현하고 있다. 다음 줄에 등장하는 '노래'라는 소재 역시 그의 자작곡 가사에 많이 등장한다.


대중에게 노래를 기억하게 하기에는 굉장히 불리한 작전이 아닐 수 없다. 대신 그는 조금 다른 작전을 취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을 꺼내놓아, 가사를 뇌리에 박히게 하는 것이다.

Jtbc 싱어게인 4화 중

여기까지 오면 조금 궁금해진다. 그럼 곡 제목인 치티치티 뱅뱅 (Chitty Chitty Bang Bang)은 어떤 뜻일까?


우리말로 하면 '뛰뛰빵빵'처럼, 경적으로 울리는 소리를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어쩐지 그가 '빼앵~~'할 때마다 5톤 트럭이라도 돌진하는 줄 알았다.

작가의 이전글 싱어게인 30호 무대를 본 부모님의 반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