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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Jan 09. 2021

싱어게인 30호 무대를 본 부모님의 반응

30호 관찰 및 분석 보고서 - (1)

코로나 19로 집콕하고 있는 이들의 귀를 달콤하게 녹여주며 급부상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Jtbc에서 방영하는 예능, '싱어게인'이다. 싱어게인은 무명 가수에게 '한 번 더' 대중 앞에 설 기회를 줄 의도로 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싱어게인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 영상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은 1500만 회를 기록했고, 참가자들은 포탈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미지 출처: Jtbc 홈페이지)

'싱어게인'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를 여러 가지를 열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한 참가자에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2주 만에 1500명이 넘는 팬덤을 순식간에 만들어버린, 30호 가수 이승윤이다.

가수 이승윤 (이미지 출처: 이승윤 인스타그램)

이승윤은 3라운드 때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을 이색적으로 편곡하여 무대를 선보였다. 그때 나는 부모님과 함께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앞서 언급한 '유튜브 1500만 회를 기록한' 그 영상을 보고 싱어게인에 입문하게 되었고, 참가자들을 검색해보다가 2라운드 무대가 시작하기도 전에 30호를 응원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날도 월요일 밤 10시 반, Jtbc가 안내해준 대로 착실히 TV 앞에 앉아서 이른바 '본방사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도 본방사수를 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고백하자면, 3라운드 30호의 무대를 본 나의 반응도 이선희 심사위원과 다르지 않았다. 나야 30호의 이전 무대를 찾아보며 '아,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를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르가 30호'인 무대를 부모님께서는 처음 접하실 터였다.

Jtbc 싱어게인 6회 방송 중, 이승윤의 'Chitty Chitty Bang Bang' 무대

부모님께 신경을 너무 많이 쏟은 탓일까. 그의 무대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30호가 무대 위에서 비틀비틀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는 '왜 저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가 무대에서 미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관심이 갔지만) 저렇게까지 미칠 줄이야.


그래서 나의 동공은 자꾸 부모님께로 향했다. '30호스러운' 무대를 처음 본 부모님이 어떤 반응일까 상상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부모님의 반응이 정말 의외였다. 노래가 계속되는 내내 꼼짝도 안 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던 부모님이, 무대가 끝나자마자 탄성 섞인 한숨을 내뱉으시더니, 당신들의 언어로 '찢어버렸다. 무대 뿌셨다'를 성심성의껏 표현하시는 것이다.


그제야 머리가 데앵하고 울리며 '내가 뭘 본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밤 12시가 넘어가는 야심한 시각에 허둥지둥 유튜브를 틀었다. 이게 뭐였는지 다시 한번 볼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자비로운 Jtbc님께서 바로 직캠을 올려주신 게 아닌가.


그리고 나는 그날 새벽 네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다시 한번'만 본 게 아니라 다시 백번 봤기 때문이었다. 볼 때마다 다채로웠고,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달랐다. 결국 무대의 모든 포인트를 머릿속에 집어넣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이후에도 가끔(어쩌면 자주) 30호의 치티치티 뱅뱅 무대를 유튜브 등으로 찾아봤는데, 영상에 달린 많은 댓글 중에서 한 댓글이 기억이 남는다.


시니어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해 음악 시장을 뒤집은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생소한 음악 장르에 더 유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주니어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시니어보다 더 경직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 중에 그런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이나 작사가님은 30호의 노래를 '새것'이라고 표현했고, 이 무대를 함께 지켜본 시니어 나이의 참가자들은 서태지 열풍을 떠올렸다.

Jtbc 싱어게인 6회 방송 중

원래 30호의 스타일을 알고 있던 내게도 이번 무대는 적잖은 충격이었고, 과거 서태지가 안겨준 문화 충격이 이 정도였다는 포인트에서 또 충격이었다.


이렇게 충격을 안겨 준 무대였지만 어쩐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이게 바로 30호, 이승윤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좋은 이유를 딱 대기가 힘들다.


이에, 다음 글을 통해 도대체 왜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무대를 잊지 못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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