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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61과 96

Begin again, 캐러멜 마키아또

by Sports Scientist

캐러멜 마키아또

(브런치 61 에필로그)



작다

내 마음을 담기엔


슬프다

그의 빈자리


달달하다

처음 그 순간처럼


헤어질 결심

당뇨의 질투


너의 이름은

캐러멜 마키아또






엄마는 팔순이 훌쩍 넘으셨다.

아빠가 귀천하신 후, 이십 년의 시간 동안 쭉 혼자다. 외로움이란 친구를 벗삼아 시골집을 지키신다.


상의 행복을 축복처럼 기뻐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육십 년 넘게 함께한 지인들이 요양원으로 가고, 우주 먼지가 되어 다른 세상으로 떠나도 세상과 당당하게 맞선다.


어느 추운 겨울, 낙상으로 손목이 골절되셨다. 수술 후 입원과 재활이 이뤄졌다. 사건은 그때 시작됐다.



병원 1층에는 ‘별다방 커피숍’이 있었다.

감미로운 커피 향기는 노모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장원 펌을 막하고 나온 듯한 요정 ‘세이렌’의 유혹은 날이 거듭될수록 관심의 깊이를 더해 갔다.


병문안을 간 어느 날, 엄마는 물으셨다.

“막내야! 저 가게는 무엇을 팔지?”


질문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상황이 아닌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엄마는 커피 향기에 대한 내적 경험을 원하고 계셨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빠른 손목 회복을 위해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미션을 주었다.


첫 작품은 ‘새’ 그림이었다.

언제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자유을 표현하셨다고 한다.



보상으로 선택된 주인공은 별다방의 달달함, ‘캐러멜 마키아또’다.


연은 깜빡이 없이 찾아온다. 팔순 노모는 그 친구와 사랑에 빠졌다. 그날 이후 엄마의

커피는 언제나 ‘캐러멜 마키아또’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이 인생이다.

엄마의 사랑은 길게 가지 않았다.

‘당뇨의 질투’ 때문이다.


“너의 이름은

캐러멜 마키아또”


노모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시절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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