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의 달그림자
#딥시크(DeepSeek)
어원은 ‘심층 탐색’을 뜻하는 중국어 ‘深度求索(심도구색)’을 영어로 옮겨 ‘DeepSeek’라고 이름 붙였다. 스토리도 단단하다. 무명의 젊은 억만장자 개발자였던 량원평(梁文鋒)이 고작 창업 1년 8개월 만에 ‘추격자 전략’을 통해 혁신적인 추론 인공지능 모델을 내놓았다.
#스케일링(규모) 법칙
스케일링 법칙은 “더 성능 좋은 반도체 칩과 더 빠른 컴퓨팅 능력,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 돼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법칙을 말한다. 미국의 빅테크 업체들은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위를 자신했었다. 실제 예산 규모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오픈 에이아이(AI)가 추론 모델을 훈련하는데 약 1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한 반면에 딥시크의 투자 자금은 6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혀 기존 성공 공식을 무너뜨렸다.
#제번스의 역설
딥시크 출현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미국의 일부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은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모델이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일명 ‘제번스의 역설’이다.
‘제번스의 역설’은 기술 혁신으로 인한 효율성 개선이 자원의 사용을 줄이기보다 더 늘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1865년 저서 ‘석탄 문제’에서 제기한 개념으로, 당시 영국은 석탄의 매장량 고갈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 도입으로 석탄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제번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이후 연료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석탄 소비는 증기기관이 범용화 되면서 오히려 늘어났다”라고 지적했다. 제번스는 “연료의 경제적 사용이 소비 감소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 반대가 진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추격자 전략 · 넘버원 전략 · Only one 전략
딥시크는 한때 경영학의 주요 전략이었던 ‘추격자 전략’을 선택했다. 한동안 후진적이라고 평가한 이 전략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여전히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줬다. 그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넘버원 전략과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오운리 원(only one) 전략도 나쁜 전략은 아니다. ‘호수 위 달그림자 쫓는 느낌’이라며 실제 일어난 일은 없다고 거짓말하는 그 사람?이 나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