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획자의 밥그릇 챙기기란
차마 대놓고 얘기하진 못했다.
기관 간 약정이 마무리되는 일자에 맞추어 '매개자'인 나의 용역 계약이 이루어져야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을뿐.
그게 '계약서 안 쓰면 일 못한다'와 별반 다를바 없는 말이긴 한데, 이 당연한 사항조차 요청을 해야하는 것이, 업계 내 독립기획자, 프로듀서 상당수가 구두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러다 기획을 홀랑 털린 일이 비일비재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이 연재를 시작하게 한다.
기획자, 큐레이터, 학예사, 프로듀서, 프로젝트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 '전시를 만드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는 종종 혼용되며 각기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무얼 담당하는지 수주내리는 측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 개인사업자를 내며 종목 확인 전화를 받았다.
"이걸 전부 다 하신다구요? 그래서 주로 하시는 건 어떤 거예요?" 전시 대행업, 연구개발업, 번역 및 통역 서비스업, 그리고 이제 시작한 1인 미디어까지. 안 하는 걸 넣어두진 않았는데, 그럼에도 혼란을 야기시키는건 이 '기획자'라고 하는 직업이 가지는 범용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쓴다.
소위 '미디어아트'라 불리는 여러 기술기반 예술작품 전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어떤 우여곡절이 도사리는지.
계약서는 결국 썼다.
내가 똑소리나게 주장을 잘해서도 아니었고, 당연한 수순이어서도 아니었던 것 같고.
나와 함께하려는 분이 '갑'측에 설득에 설득을 해서였던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매번 운이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내가 전시를 하는 이유, 머니잡을 따로 구해서라도 전시를 하고 연구를 하는 이유, 이 연재가 끝날 때 즈음이면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