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프라하

도시에 차오르는 빛을 보는 순간에 대한 감사

by nomadhaus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짙은 새벽 동트는 프라하를 보기 위해 서둘러 밖에 나왔다. -4도 새벽 5시.

프라하 성으로 가는 길, 적막한 도시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거리를 거닌다. 깊은 밤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 만 같아 무서웠다. 저만치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경계하며 걸음이 빨라지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순간, 둔탁한 카메라가 달린 삼각대를 어깨에 걸친 채 추위를 막기 위해 후드를 뒤집어쓰고 털레털레 걷는 내 모습이 의식됐고 이 시간에 가장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나였다.


오래된 골목길에 점차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오르니 빛이 차오르는 풍경 속에 새소리, 새벽 종소리가 가득하다. 지붕 곳곳에는 아침을 맞이하는 연기도 피어오른다.

도시를 비추는 빛을 감상하며 다시 한번 지금 주어진 시간에 감사함을 가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동안 느꼈던 여행의 감정은 지금 내 나이, 이 시기에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들소 마냥 오직 앞만 보고 달려 기쁨과 아쉬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주위를 살피며 걸어야 한다. 이 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복합적인 감정들을 품고 간다. 평온함, 즐거움, 삶의 소중함, 그리운 사람들과 우리 집 그리고 약간의 우울함까지. 그 모든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절이 왔다. 기쁘게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