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밤

서툴렀던 나를 떠올렸던 하늘

by nomadhaus

오후에 와인 한 병과 점심을 먹으며 느긋하게 하루를 열었다. 사람을 피해 본섬에서 조금 더 안쪽, 무라노 섬에 들어가 조용한 선착장을 찾은 하루. 부둣가에 걸터앉아 와인과 함께 해 저무는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베를린에서 프라하를 거쳐 이곳에 오기까지 흔들리는 감정을 어찌할 바를 몰라 서툴렀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그랬다. 부모님과 그랬고 친구, 연인 사이도 그랬다. 어느새 나를 낳아주셨을 적 부모님의 나이를 훌쩍 넘었다. 부모님도 나를 키우실 때 모든 게 다 처음이라 서툴렀겠지. 노을과 함께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본인들의 삶도 처음인데 하물며 10대, 20대의 나를 두 번 키워보신 것도 아니었는데 과거의 나는 부모님에게 존재할 수 없는 완전함을 바라고 미워했다. 그 시절 그 환경에서 본인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고 헌신하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그제야 과거의 나를 잊고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이미 부모님의 사랑을 알고 있었지만 과거의 나에게 묶여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훌훌 털고 주어진 삶, 내 앞에 놓인 것들을 바라보자.


해가 떨어지고 하늘은 어둑히 붉게 물들었다. 돌아가는 길 베네치아 밤거리의 사람 사는 모습을 담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