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쥬리 살롱

장기 여행자들의 필수 여행코스, 빨래방

by nomadhaus

2월 중순 이곳의 날씨는 -4도에서 4도를 오르내리고 연이은 강풍과 폭우가 몰아친다. 창 밖 너머에는 혼란스러운 계절감의 베를리너들이 보인다. 한 겨울인양 옷을 꽁꽁 싸매 입은 사람, 한 여름처럼 반팔만 입고 다니는 사람까지 제각기 자신의 계절에 따라 입고 다닌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계절과 짓궂은 날씨를 견디며 오랫동안 여행하기 위해서는 빨래는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된다. 속옷과 양말은 손빨래해서 온열기에 널어 말린다 해도 몇 벌 안 되는 옷가지들을 빠르게 건조하려면 빨래방은 피할 수 없는 필수 여행지다.


빨래방은 보통 주거지 중심에 한 개씩 있어서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가방 한 짐 빨래를 가득 담고 우중충한 날씨 사이로 도심지 깊숙한 곳으로 길을 걸었다. 시시콜콜한 도시의 이야기가 여행객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택 외벽 낙서들은 빈틈없이 빼곡하다. 그 벽을 배경으로 이야기 나누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든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주로 세탁기 위에 앉아 책을 읽는다. 어떤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게임을 한다. 지수는 그물 가방 뜨개질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간에 녹아들었다.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공간의 풍경이 정겹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시간, 낯선 환경에 소소한 순간들이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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