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도 있답니다(7)

쏟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by 이도

"그냥 다 부어버리세요. 어차피 다시 빼내면 되지"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기가 무서웠다.

누군가에게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말일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다.

새로운 것,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마주치거나 그런 앞날이 떠오르면 지레 겁부터 먹었다.

겁을 먹는다는 게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큰 요인은 걱정이었다.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무수히 떠오르는 수많은 걱정이 나의 팔다리를 잡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온몸 구석구석 걱정을 지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과 정신을 붙잡고 몸부림쳤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새로운 일과 더불어 평소에 하던 일도 돌다리든 나무다리든 건너는 모든 다리를 두들겨보며 비로소 안전을 확인하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적당한 두들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동이지만 나는 돌다리조차도 부서져라 두들이며 결국에 단단한 돌다리도 무너져 건널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걱정이 나를 좀먹고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며 살아왔다.


평화로운 주말 밀린 청소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맡겼다.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분리수거를 하던 와중 플라스틱이 담긴 바구니 속 콜라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캔이 들어가면 안 되지 라는 생각에 한 손에는 바구니를 다른 한 손으로는 하나씩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문득 집주인 아주머니와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어김없이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1층으로 갔을 때 아주머니는 분리수거함을 정리하고 계셨다.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여기 봉투에 한꺼번에 쏟아버리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캔이 조금 섞여있어 조금씩 꺼내어 버려야겠어요" 하며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내었다.

"그냥 다 부어버리세요. 어차피 다시 빼내면 되지"

아주머니는 말을 마치며 바구니를 봉투에 부어버리고 함께 버려진 캔을 손쉽게 빼내어냈다.


그날의 기억이 스치자 바로 바구니를 분리수거함에 거꾸로 뒤집어 쏟아내고 손을 넣어 콜라캔을 빼내었다.

쉽고 빠르게 끝날 일을 왜 그동안 이렇게 해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수거라는 작고 사소한 일에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았다.


분리수거는 목표

바구니 속 플라스틱은 해야 할 일

콜라캔은 내가 생각하는 걱정


캔이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들어갈까 봐 무서워 또 돌다리를 두드렸다.

걱정이 내가 하는 일을 망치고 안 좋은 결과를 만들까 무서워 계속해서 돌다리를 두드렸다.

분리수거를 하다 잘못해서 다른 것이 들어갔을 때는 손을 넣어 다시 빼내면 그만이다.

걱정이 들고 우려했던 일이 생겼을 때는 분리수거함에 손을 넣어 콜라캔을 빼내듯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하면 된다.

앞으로 나의 삶에서 무수히 많은 콜라캔이 생길 것이고 나는 다시금 겁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쏟아버리려고 한다.

다시 한번 손을 집어넣어 콜라캔을 꺼내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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