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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영 Dec 19. 2022

4년 만에 프사를 바꿔요.

 당신이 묵기로 한 숙소가 마침 우리 집 근처였던 덕에. 가족과의 여행 일정 중 당신에게 잠시 짬이 났던 덕에. 일찍 닫는 주변 카페들 사이에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곳이 숙소 근처에 있었던 덕에. 무엇보다 -


 수아. 그때 우린 이미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둔 상태였어요. 그러니 익숙지 않은 카페에 익숙지 않은 발걸음으로 등장한 수아를 보고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익숙하게 반길 수 있었던 거예요, 내가. 아, 물론 나를 발견한 수아의 활짝 웃는 표정에 나 또한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요.

 두어 시간 대화를 나눴던가요. 누가 믿어요, 그게 우리 첫 만남이었다는 걸.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몰랐잖아요. 무슨 이야길 나눴는진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곧 다시 만나자며 인사하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났는데.

 그거 알죠? 다시 만나자며 인사해도 실은 좀처럼 다시 만날 궁리는 하지 않는 게 나 같은 부류라는 거. 그리고 우린 서로가 비슷한 부류라는 걸 암묵적으로 알았고요. 그런데도 금세 다시 만난 걸 보면, 뭐. 말 다 한 거지.






 언젠가 그런 이야길 했잖아요.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본다고. 사람의 언어가 곧 그 사람의 태도를 나타내니까요. 그 얘길 들으며 이미 눈이 이만큼 커져서는, 나도 나도요, 하며 하이파이브했던 장면이 또렷이 기억나요.

 내 기억으론, 수아는 나를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아니 우리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던 시절부터 내가 사용하는 말에 마음이 동하면 그 말을 정확히 집어내 내게 마음을 전하곤 했어요. “이렇게 예쁘게 말하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해요?” 하는 식으로.

 그런데 그거 알아요? 수아라서 그 말들을 발견한 거예요. 수아도 그렇잖아요. 정성껏 말을 골라, 그 말을 살며시 놓아두려 하죠. 나도 그렇거든요. 그러니 서로를 알아볼 수밖에요.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였네요, 수아가 내게 “예쁘다 예쁘다”했던 게.






 수아가 나를 찍어주던 날. 고백하면,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자꾸만 “예쁘다 예쁘다”했던 말 말예요. 실은 ‘촬영할 땐 으레 이렇게 하는 건가 보다’ 생각했어요. 그래야 모델이 ‘정말 그런가?’ 싶어 신나서 촬영에 임하거나, 혹은 나처럼 수줍고 민망해서라도 다른 자세를 취할 테니까. 스튜디오 촬영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다니까요.

 수아가 내게 촬영본을 건네줬던 날. 그제야 알았어요. 수아는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라는 걸! 수아가 본 나는, 정말이지- 예뻤어요! 처음이었어요, 내 사진을 본 내 기분이 그렇게 들떴던 건. 설렜던 건! 수아와 작업했던 모델분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했던 이야기가 비로소 이해됐어요. 가장 나답고 자연스러우면서, 나보다 나를 더 아름답게 사진에 담아주는 게 바로 포토그래퍼 김수아라는 이야기요.

 어쩌면 수아는 이 사진을 찍기까지 나의 아름다운 부분을 전부터 하나하나 수집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내가 평소 해 먹는 음식 하나, 바라보는 풍경 하나. 요가할 때의 내 몸짓 하나, 하나. 그것도 모자라 더 많은 수집을 위해 한 시간의 인터뷰까지 했죠. 수아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바로 그것이었어요. 수아가 나를 그토록 정성껏 수집하는 동안 나는 수아에게 온전히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수아의 사진은 그 모든 것을 담아낸 거예요.

 그래서일까요? 이제 가슴 일렁이는 풍경을 볼 때마다 수아가 생각나요. ‘수아라면 이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겠지’, ‘수아라면 이 장엄한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 그러니 함께 나누고 싶은 장면들이 늘어만 가요.






 수아는 내게 이렇게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는데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글뿐예요. 지금 당장은 그래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게 뭔지 짐작할 수 있겠어요?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어서 빨리 수아를 만나 함께 요가하는 거! 수아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 사진이듯, 내가 수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은 요가니까요.


 그러니, 수아. 우리 곧 만나요! 알죠? 우린 만나자고 하면 금세 만나지는 거. 서로가 서로의 힐러라는 걸 그때 다시 한번 느껴요, 우리.






포토그래퍼 : instagram.com/_kimsua

스튜디오 : instagram.com/sept.studio

장소 : instagram.com/stillslow_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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