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의 둥지/황수선화
조금은 따뜻했었다 어쩌면 뜨거웠을까
그것을 품에 안은 공기는 나와 맞지 않지 않는다.
하늘을 에워싼 저마다의 소중한 숨결을
나의 회색 빛 날개로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빳빳한 고개를 내려보니 촘촘한 산나무들의
울거진 이파리들이 나의 그림자를 어루만진다.
그 잎들은 차가운 겨울 빛에 색을 잃었으며
따뜻한 여름의 미소에 다시 색을 품어냈다.
두 날개는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산나무의 품으로
내려간다. 그곳은 수많은 가지들이 엉켜있어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것 같았고 그중에서 한 가지 위에 두 다리를 내려 착지를 했다.
날개를 접은 뒤 두 다리를 현란하게 움직이며
푸른 잎사귀 사이에 나의 회색빛 몸뚱이를 숨긴 뒤
조용히 숨을 가다듬는다.
천천히, 나의 시선은 잎사귀 틈의
조그마한 구멍을 통하여 주위에 있는 나무 중
가장 두꺼운 허리를 가진 참나무의 가지를 바라본다.
그 허리는 너무 두꺼운 나머지 마치 커다란 품 속 같아 포근한 느낌을 주며 두꺼운 가지 위에는 노르스름한 갈색 빛을 띠는 멧새가 작은 나뭇가지를 엉켜 쌓아 둥지를 틀어놓았다.
나는 숨을 참고 유심히 지켜본다. 자세히 보니 둥지 안에는 진한 갈색의 반점이 흩어져 있는 멧새의 회백색의 알들이 모여있다.
멧새는 본인의 알들이 빛내는 눈부심을 감상하듯
한참을 지켜보다 이내 자리를 뜬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잎사귀 사이를 뚫고
둥지를 향해 날아간다.
나의 다리는 둥지의 한가운데에 착지를 하고 이내,
눈부심을 뽐내는 알들 사이에 나는 나의 새로운 눈부신 알을 탄생시킨다.
나의 소중한 창작물이자 알이 내비치는 아름다운 빛을 잠시 감상을 한 뒤 둥지의 주인이 오기 전에
이내 자리를 뜬다.
…
오늘은 추적한 비가 내리며 온 사방에
아름다운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많을지 모를,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나뭇잎 사이에 숨어 내가 만들어낸 소중한 알을 작은 틈새를 통하여 지켜본다.
먼저 둥지를 지키고 있던 멧새의 알들은
내가 만들어낸 알의 존재감에 밀려 이내 땅으로
추락하고 나의 창작물만이 멧새의 사랑과 먹이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미 시간은 거름이 되어버렸기에
알은 꽃을 피웠고 껍질 속에서 아름다운 존재가 나와
멧새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자식이라 믿었었던 멧새는 알에서 부화한 존재의 몸집이 자신의 몸 보다 더 커져버렸기에 먹이를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 줄 때 흔들리는 눈동자가 본인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아닐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행동과 달리 멧새의 마음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진짜 자식이 아니었더라도, 그 작은 알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그 모든 순간과 시간에 담긴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은 거짓일 수 없었기에,
저 멧새는 나의 창작물을 본인의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이파리 뒤에 숨은 내 회색빛 몸뚱이와 달리 나의 주장은 당당하다 그렇기에 멧새를 보며 생각한다. 애처롭게도 눈부신 알에서 태어난 저 존재감은, 나의 창작물이다.
분명 다른 이들은 내가 저 찬란한 존재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경멸할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하나의 존재가 무언의 존재를 위해 사랑이 담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과 쏟아부어 거름이 되게 끔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깐
하지만 세상은 누구의 사랑이 더 큰 것인가로 창작물의 소유권을 묻지 않는다. 그것은 이기적이기에
둥지를 짓지 못하는 나는 나의 소중한 알이 더 넓은 세계로 안전하고 멋있게 날아가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한 것이다.
그렇기에 회색빛 날개를 펴고 볼품없는 몸을 가려주던 나뭇잎의 틈새를 가르며 나는 둥지를 향해 날아간다.
회백색 알에서부터 멧새의 품 안에서 거름이 된 시간을 받고 자란 아이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나의 모습을 보고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는 멧새의 앞에 나는 두 발을 벌려 착지하였다.
이제까지 숨기만 하였던 나의 발은 당당히 멧새의 앞에 서서 멧새를 응시하며 입을 연다.
나의 창작물에 사랑을 주고 아껴주어 감사합니다.
당신이 쏟아준 아름다운 시간의 거름은 나의 심금을 울리기에 너무나도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알을 깨고 나온 뒤 당신의 품에 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더라도 그 눈물은 나의 창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아이를 창조한 권리는 당신의 거름이 파묻어버리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작품에게 얼마나 많은 세상을 보여주었는가로 소유권을 따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누가 만들었느냐입니다.
소유권은 저에게 있고 나는 당신에게 나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넘겨주지 않았기에 이 아이는 나의 것이며, 나와 같은 회색빛 날개가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멧새는 격양된 몸짓과 함께 말을 하였다.
뻐꾸기여 제 말을 들어보세요. 이 아이는 작은 알에서부터 나와 함께 하였습니다. 나뭇잎의 찬란한 색을 시간에게 빼앗겼다 다시 되찾는 계절의 여행 그 순간까지 나와 오랜 시간 함께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나에게도 분명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이 알은 빛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입니다. 내가 창작자가 되지 못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당신보다 더 많은 시간과 사랑을 주었으니 분명 소유권이 있을 테고, 설사 창작자가 되지 못한다 해도공동제작자가 될 것입니다.라고 멧새는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뻐꾸기가 다시금 말을 전했다.
당신이 말을 한 공동제작자는 모순입니다.
당신이 한 것은 나의 창작물에게 사랑을
전해주었던 것 과 잠시 세상의 위험에서 보살핌을 주었던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나의 작품은 넘친 애정을 받아 더욱 어여뻐졌지만
결국 저 아이를 창조해 낼 때 당신은 없었습니다.
창작에 관여를 하지 않은 당신이 어떻게 공동제작 자라는 말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보호자일 뿐 절대 제작자, 창작자가 될 수 없습니다.
뻐꾸기는 멧새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그 얘기를 들은 멧새는 처음과 달리 격양된 몸짓이 사그라들었고 뻐꾸기를 응시하던 눈은 점차 바닥을 향하게 되었다.
…
작품에 사랑을 주는 것은 애정입니다.
시간을 건네주며 작품의 곁을 지켜주는 것은
연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작품은 창작자의 것입니다.
뻐꾸기가 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