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 지금은

by 글바트로스

예전엔

붉은 장미 무작정 좋았고,

지금은

흰 백합 앞에서 가던 길 멈춘다.


예전엔

큰 꽃송이 볼 때마다 열리던 맘,

지금은

첫돌백이 손톱처럼 작은 꽃 앞에서 떨려오는 영혼.


예전엔

화려한 꽃보며 질러대던 감탄사

지금은

꽃 없이 침묵하는 풀잎에 고개 숙인다.


예전엔

목청껏 저저귀는 새소리 무작정 좋았는데,

지금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흰 두루미와 동무하고 싶다.


예전엔

눈부시게 성공한 그대가 부러웠고,

지금은

추락하며 뭉개진 당신 등뒤에서, 화살기도 올린다.


예전엔

들킬세라 애써 숨겼던 얼룩진 심혼,

지금은

젖은 영혼 꺼내놓고 말없이 쓰담쓰담.













keyword
작가의 이전글12. 완두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