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붉은 장미 무작정 좋았고,
지금은
흰 백합 앞에서 가던 길 멈춘다.
예전엔
큰 꽃송이 볼 때마다 열리던 맘,
지금은
첫돌백이 손톱처럼 작은 꽃 앞에서 떨려오는 영혼.
예전엔
화려한 꽃보며 질러대던 감탄사
지금은
꽃 없이 침묵하는 풀잎에 고개 숙인다.
예전엔
목청껏 저저귀는 새소리 무작정 좋았는데,
지금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흰 두루미와 동무하고 싶다.
예전엔
눈부시게 성공한 그대가 부러웠고,
지금은
추락하며 뭉개진 당신 등뒤에서, 화살기도 올린다.
예전엔
들킬세라 애써 숨겼던 얼룩진 심혼,
지금은
젖은 영혼 꺼내놓고 말없이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