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얼굴
가시꽃 청보리 이삭
내리쬐는 뙤약볕에 알알이 여물고,
스치는 실바람에도 황금물결로 화답하던 섬,
불멸의 꽃인양, 봄마다 다시 피어난다.
앞산 뒷산 뻐꾸기
애절한 목청으로 제짝 부르고,
보리밭이랑에 둘러선 울타리마다
완두콩 서둘러 속살 오르던 6월.
시커먼 가마솥
꽁보리밥 위로 호박잎 깔고
쪄 준 완두콩 개떡,
업수건에 반쯤 가려진 민망한 눈길로
말없이 건네주던 투박한 손.
완두콩알 닮은 애간장 녹색눈물
나 몰래 수 없이 흘렸을 여윈 얼굴,
그믐달처럼 심연 위로 떠오른 유월 오후.
수만 번 되뇌었던 보고 싶다는 말대신
그 나라에서도, 올봄에 완두콩 심 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