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
그 집 정원 한가운데
봄마다
맨 먼저 피어나
긴 여름날 다 지나도록
연분홍 웃음 쏟아내던 무궁화.
딸내미처럼
아끼 주던 덩치 큰 여인,
어느 나라 꽃인지,
꽃 이름도 모르지만,
자기 나라꽃은 아니라고 했다.
뜬금없이
홀연히 무궁화 피어나던 봄날,
겹꽃처럼 숨겨진 속마음
겁 없이 드러내 놓고
억눌린 모국어로 쑥떡거리던 이방인.
그렁대는 녹색 눈물
골내는 푸른 눈물
망연한 회색 눈물
굳이 손사래 치며 귀환한 까닭,
우리나라꽃, 무궁화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