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에
멈춰 선 사람들,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고 싶은 길일까
마지못해 등 떠밀려 가는 중일까.
어느 방향도
그다지 설레지 않는 네 방향,
슬그머니 갖다 버린 십자가가
길 한복판에 버티고 누운 것 같아
얼른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초조히 기다리는 초록 신호등.
힐난하는 혼불처럼
번쩍대는 붉은 신호등 애써 외면하며
조급한 지레짐작으로
냅다 하늘로 쏘아 올린 볼멘 화살,
"다들, 그리 살지 않나요?"
어미 몰래
세상 구경 나온 아기 달팽이처럼
너무도 멀리 와버린 낯선 나라,
사방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검은 새처럼 날개 펴는 밤.
퍼붓는 폭우아래
사거리 한가운데 홀로 서서,
병아리색 비옷 입고 호루라기 불며
양팔로 방향가르키는 교통순경 아제,
내 본향집으로 가는 길, 행여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