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영혼연가

by 글바트로스

인적 없는 우물가

물 길러 나온 여인처럼

심연 바닥까지 내려보낸 두레박,

맑은 물 대신

모진 말들 흘러넘친다.


물꼬 틀 줄

모르는 풋내기 농부처럼

미련하게 가둔 성난 말,

심연내벽에 난무하는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서서

흔들거리는 심혼 초상화.


애써 삼킨 말

겨울 대나무잎처럼

쉼 없이 서걱대는 밤,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동틀 녘까지

탄원기도 읊조려도

헛기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제비꽃 닮은 언어

나비처럼 부드러운 문장

어쩐지 남의 옷 같아

허물처럼 훌러덩 벗어던지고,

심연 틈새로 들려오는 낮은 음성

심혼에서 유랑하는 붉은 언어

영혼에서 흘러오는 푸른 리듬대로

받아쓰는 엇박자 혼불 애가.


깊은 산속

작은 옹달샘처럼

숨어있는 영혼 울림통에서

쉼 없이 흘러나오는 녹색언어,

애써 건져 올려

한글 익히는 아이처럼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영혼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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