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우물가
물 길러 나온 여인처럼
심연 바닥까지 내려보낸 두레박,
맑은 물 대신
모진 말들 흘러넘친다.
물꼬 틀 줄
모르는 풋내기 농부처럼
미련하게 가둔 성난 말,
심연내벽에 난무하는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서서
흔들거리는 심혼 초상화.
애써 삼킨 말
겨울 대나무잎처럼
쉼 없이 서걱대는 밤,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동틀 녘까지
탄원기도 읊조려도
헛기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제비꽃 닮은 언어
나비처럼 부드러운 문장
어쩐지 남의 옷 같아
허물처럼 훌러덩 벗어던지고,
심연 틈새로 들려오는 낮은 음성
심혼에서 유랑하는 붉은 언어
영혼에서 흘러오는 푸른 리듬대로
받아쓰는 엇박자 혼불 애가.
깊은 산속
작은 옹달샘처럼
숨어있는 영혼 울림통에서
쉼 없이 흘러나오는 녹색언어,
애써 건져 올려
한글 익히는 아이처럼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영혼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