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본 적 없는
창조주 거대한 들숨처럼
가만히 내려온 짙은 운무,
된서리에 혼절했던 풀잎조차
날숨으로 깨어나는
천상신비에 휩싸인 아침 강변.
강물은
어제처럼 변함없이
넓은 품 온전히 내어주고
지도 한 장 없이
어김없이 찾아온 철새무리
오래간만에 찾은 고향집인양
겁 없이 먹고 마시며
수풀덤불에 낳은 알에서
깨어난 아기새의 뒤뚱대는 걸음마.
꼬물대는 까만 점처럼
자맥질 배우는 새끼 가마우지
반쯤 벗은 채 떨고 있는 침엽수가지
억새꽃아래 호피옷 입은 고양이
웬일인지 침묵하는 수다쟁이 까치
너와 나 우린,
이 땅에 잠깐 여행 온
정해진 시간에 바람처럼 떠나야 할 순례자.
봄여름가을
강너머 뒷산으로 서둘러 달아나고
움켜쥔 손 펴는 나무밑에
겹겹이 쌓인 낙엽 깊은 잠들면
까치발로 버텨선
흰서리 너울 쓴 철 지난 풀꽃도
어쩔 수 없이 고개 떨구는
절대적인 질서에 순응하는 풍경.
면전에서
등뒤에서
겁도 없이
바둑돌처럼 흑백 가려내던 얼음 눈길,
먼 하늘
어느 지점에서
발소리조차 없이 다가 온
아침강변생명 감싸는 운무 앞에서
저절로
녹아내리는 얼음꽃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