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강변 운무

by 글바트로스

만나 본 적 없는

창조주 거대한 들숨처럼

가만히 내려온 짙은 운무,

된서리에 혼절했던 풀잎조차

날숨으로 깨어나는

천상신비에 휩싸인 아침 강변.


강물은

어제처럼 변함없이

넓은 품 온전히 내어주고

지도 한 장 없이

어김없이 찾아온 철새무리

오래간만에 찾은 고향집인양

겁 없이 먹고 마시며

수풀덤불에 낳은 알에서

깨어난 아기새의 뒤뚱대는 걸음마.


꼬물대는 까만 점처럼

자맥질 배우는 새끼 가마우지

반쯤 벗은 채 떨고 있는 침엽수가지

억새꽃아래 호피옷 입은 고양이

웬일인지 침묵하는 수다쟁이 까치

너와 나 우린,

이 땅에 잠깐 여행 온

정해진 시간에 바람처럼 떠나야 할 순례자.


봄여름가을

강너머 뒷산으로 서둘러 달아나고

움켜쥔 손 펴는 나무밑에

겹겹이 쌓인 낙엽 깊은 잠들면

까치발로 버텨선

흰서리 너울 쓴 철 지난 풀꽃도

어쩔 수 없이 고개 떨구는

절대적인 질서에 순응하는 풍경.


면전에서

등뒤에서

겁도 없이

바둑돌처럼 흑백 가려내던 얼음 눈길,

먼 하늘

어느 지점에서

발소리조차 없이 다가 온

아침강변생명 감싸는 운무 앞에서

저절로

녹아내리는 얼음꽃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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