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
고풍 도시 사거리,
겨울밤 짙은 어둠 갈라치며
쏟아지는 인공 별무리아래
벌거숭이 가로수에 기대어 선
각국에서 온 노숙자아제들
겹쳐 입은 누더기 옷 파고드는
비정한 칼날 불빛 범람하던 12월.
빈말
인사말처럼
온기 없는 형광 눈꽃길로
그분은 정말로 오시는 건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던 이방인,
대놓고 구박하지 않아도
수시로 구멍 난 겨울 문풍지처럼
자꾸만 떨어대는 횡격막소리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큰 소리로 웃어대던 12월.
고향섬 갯바람
몽돌 위로 미끄러지는 파도소리
제짝 부르는 애달픈 뻐꾹새울음
초록잎 앞질러 홍조 띠던 진달래
장독대 지키던 검붉은 맨드라미
가을바람에 춤추는 코스모스
길 잃은 아지랑이처럼
자꾸만 어른거려 뒤척대던 밤,
부어 오른 눈두덩
장마철 논두렁처럼 허물거리던 12월.
부여잡는 손
야멸차게 뿌리치고
기어코 돌아온 이 땅에도
마지막 달 연례행사인양
차가운 불빛 번쩍대는 서울 밤거리,
아무것도 줄 것 없는 그분은
후미진 골목 차가운 계단에 기댄 채
이방인 노숙자처럼 떨고 있는 12월.
누구도
하룻밤 쉬어가라며
따습게 손잡는 이는 없고
청원한 선물만
문밖에 두고 가라는 분명한 목소리,
집마다 문마다 마음마다
굳게 잠근 녹슨 자물쇠 앞에
망부석처럼 떨고 있는
그분 얼굴 위로
시린 눈꽃 쏟아지는 12월.
올곧은 마음으로
죽어라 사랑한 얼굴도
모지리처럼 통째로 내어준 날조차 없는
마른풀 같은 심혼
속울음으로 절규하는 각혼
사방팔방으로 헤매는 영혼
바람막이 자처하며 내려온,
하늘 나그네 유랑하는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