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당신께서 보내는 들숨
날숨으로 화답하는 생명,
허약한 신원
단 하루도 잊지 않게 하시고
습관처럼 움켜쥔 쪼막손
아침 나팔꽃처럼 활짝 펴게 하소서.
새해에는
낯선 행인 발소리에
지레 겁먹은 검은 염소처럼,
휘어진 뿔로
남의 울타리 들이받고
헛발질하지 않게 하소서.
새해에는
힘에 부치는 순간마다,
본 적 없는 당신께
일사천리로 공짜 주문하는
철없는 떼쟁이 청원기도,
멈추게 하소서.
새해에는
고통스러운 이웃 눈빛
애써 못 본 듯 스쳐가며,
전염되는 몹쓸 병인양
종종걸음으로
도망치지 않게 하소서.
새해에는
떠도는 풍문에
덩달아 북 치는 대신,
시퍼런 젊은 날
주저 없이 쏟았던 바늘꽃 말씨,
냉엄한 귀환 행렬 앞에
오래 침묵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깊게 파인 상흔에 신음하는 등뒤에서
조심성 없는 네 탓이라고
조밀한 잣대로 훈수 두는 눈길 거두고,
내 심연 바닥에 웅크린
변색조 비정한 발톱
경계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짙은 밤 끄트머리에서
눈 비비며 깨어나는 태양처럼
한 겹 씩 개화할 365일,
첫날인양
마지막날인양
당신, 나 그리고 너를
새벽 동백꽃
선홍빛으로 사랑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