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달
채 떠나기도 전
서둘러 들이닥치는 단골손님
건네주는 봉인된 비밀문서,
사뭇 설레거나
그리 궁금하지 않더라도
첫길 순례여정 마중 나온 이정표,
엇갈리며 동행한 365일 마지막 날
확정금액 지불해야 하는 백지 어음.
네모진 얼굴에
낯익은 분단장대신
엄격한 얼굴로 다가오는 숫자행렬,
뚜껑 닫힌 365개 항아리마다
무얼담고 오는 걸까
연녹색 웃음인지
진회색 우울인지
암갈색 고통인지
뜬금없는 혜안인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어
또랑물 가재처럼 뒷걸음친다.
너무 일찍
어른흉내놀이로 가둔 동심,
나이 들수록
섬마을 겨울 높새바람처럼
기어코 귀환하는 묻어둔 애환,
어느새 마음문 틈새 비집고 나와
눈주름사이에 맺힌 눈물방울 못 본 양
굳이 눌러쓴 눈웃음 각시탈 한해,
차마 못다 한 이야기
희귀한 보물인양 달력 속에 봉인된다.
예전엔
다가오는 새해마다
신귀한 마술나라 성문인양
줄달음 마중 나가던 유년,
빈 손 회한에
하늘 향해 흰자위 도끼눈 흘기던 청년,
비상할 수 없는 설움으로
날개 없는 새가슴 헐떡대던 중년,
긴 몽환에서 깨어나는 순간
비로소 알아채는 일심동체 영혼.
누구도
셀 수 없는 물결로
다가오는 심해 365일,
풋내기 사막 은수자 수도승처럼
무릎 꿇고 두 손 모은 청원,
"빛나는 행인에 넋 잃는 날
하루도 허락하지 마시고
오직
작고도
허약한 존재인
나를 성찰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