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그날

by 글바트로스

푸른 하늘

욕심껏 날아올라

보이지 않는 바람 선율에

전설 속 불사조처럼

신들린 춤사위 뽐내던

색동옷 차려입은 방패연.


선명한 오색옷 마다하고

더 고운 무지갯빛 새 옷 달라고

겁 없이 칭얼대던 큰 얼굴,

하늘성문밖 맴돌다

뜬금없이 쏟아지는 돌풍에

방패연줄 끊어진 날.


해괴한 신조선

청사진 들이대며 완불한 선주인양

하늘 향해 맞짱 뜨며

바람개비처럼 도리질하던 방패연,

불화산 겨울 번개 맞아

날개 없던 신원

땅으로 곤두박질치던 날.


내리막길

하강탈출구 알리 없는

까막눈 위험한 비상

칼날벼락 맞아떨어져 내리다

벌거숭이 버드나무에 뒷덜미 잡힌 순간,

말문 닫힌 가슴바닥에 메아리치던 흐느낌

까치조차 꺽쇠인양 비웃던 날.


검푸른 겨울 바다

흰파도 동무삼아 귀항하는 원양어선

주황빛 녹슨 닻 내리던 섣달,

청락공 후려치던 갈고리마다

선창에 달라붙은 따개비가슴

맥없이 쪼개지며 흐르는 담즙처럼

핏빛 동백꽃 피어난 날.


해풍에 시달린

바닷가 섬초처럼 흔들리며

질퍽댄 숱한 계절에 진저리 치듯,

서너 마디 영별인사조차 인편에 부치고

바다로 귀향하는 백중사리 썰물처럼

들숨날숨으로 달아나던 검은 밤,

검붉은 동백꽃 섬집 마당에 낙화한 날.


함성처럼

에워싸는 푸른 심해

온몸 비벼대며 따라오는 파도소리처럼,

하룻밤만 더 자고 가라는

귀밑 너머로 뭉갠 단조로운 사모곡,

시퍼런 환청으로

어김없이 귀환하는 날.


겨울마다

심연 한가운데 떠 오르는 작은 섬,

돌담 빈집마루 기둥에 기대앉은

넋 나간 스물다섯

진녹색 가슴 깊은 골에

붉게 새겨진 음력 섣달 스믈하루.


저울눈금

모르는 모지리 사랑

수시로 무시한 얼룩진 속내 털어놓고,

어미보다 늙은 딸내미

뒤늦은 통회로 오열하는 수도승처럼

오직

무릎 끓고 싶은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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