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도시락 추억>

by 자겸 청곡

학원 캠프 중인데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단다

급식 도시락의 밥이 차가워서 보온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기도 했겠지만

각자 싸 온 도시락을 펼쳐가며 나누는 반찬에 대한 기대와

맛의 공유가 좋아서 도시락을 싸달라고 했을 것으로

아홉 살 또래들의 도시락 수다가 궁금해지고 장난치며 먹는 밥맛이 어떨지도 궁금해졌다.


학원 수업 후 저녁시간에

점심시간 분위기와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집에서 싸간 밥은 따뜻해서 좋기는 한데 도시락 반찬이 더 많다면서

이어지는 질문에 '아이 그냥 그래 '하기에 아홉 살의 도시락 수다에 내가 어떤 기대를 했던 것인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에서의 초등학교 급식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중고등 학교까지 무상 급식 1)이 실시되었므로

중장년 층의 대부분은 도시락 세대라 영화 속 학교생활 장면 중 하나쯤 꼭 등장하는

각자의 도시락 추억이 있을 듯 특히 우리 나이, 양은 도시락 세대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난로 위에 차곡 얹은 도시락을 바꾸어 놓던 도시락 당번

교실에서 학생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던 기억 등 교사 시절의 재미난 추억도 있지만

중학교 3학년 수학시간에 있었던 불쾌한 기억이

60년이 다 되어가도록 잊히지 않고 가장 먼저 떠올랐다.


4교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난로 위에서 도시락이 덥혀지고 있는 중에

몇 명이 도시락을 먹고 나서 창문을 열지 않은 상태로 수업이 시작되었으니

덥혀지는 도시락 반찬 냄새에 금세 먹은 반찬 냄새가 더해져

밖에서 들어오시는 선생님께는 무척 역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양은 도시락 이미지.png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교탁에 책을 놓자마자 큰 소리로

도시락을 먹은 학생이 누구인가 일어서라고 하는데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 듯 갑자기

반장 나와하시더니 밥을 먹었으면 창문을 열어 놓아야지 하면서 따귀를 때리는 것이었다.


별스럽지 않은 일로 여학생 따귀를 때릴 정도의 인성이라니

총각 선생님에 대한 선망과 짝사랑 열병이 무너져내리는 순간

요즘 같으면 폭력교사로 고발되었을 듯하다.


그렇게 호된 야단을 맞았어도 보온 도시락이 나오기 전 노란 양은 도시락 세대의

쉬는 시간 도시락 까먹기는 계속되었으니

겨울철 난로와 도시락 이야기를 기억하며 요즘 학생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추억은

또 어떻게 이어져 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1) 우리나라는 1981년에 <학교급식법>과 <학교급식시행령>이 제정됐으며 초등학교 급식은 1993년부터 크게 확대되어 1998년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1998년부터 정책적으로 추진해 온 고등학교 급식도 2002년까지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3년을 기점으로 초중고 학교급식을 전면 실시하게 됐고요. / 무상급식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2007년 경남 거창군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재정 등의 사정으로 지자체별 도입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2018년 강원, 전남을 시작으로 단계적 무상급식이 이뤄져 올해에는 서울, 인천, 대구까지 초중고 무상급식을 완성하면서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과 급식을 공교육에서 책임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교육부 디지털 소통팀 / 행복한 교육 2021년 4월호)


* 도시락 사진: 네이버 블로그 돈데보이 2019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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