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을까

by 자겸 청곡

지난해 말 남춘천역에서 ITX기차를 기다리며 서 있다가 의자에 앉으려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비둘기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사람들은 앉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의자 끝에 있는 한 마리는 옆에 사람이 앉아도 꿈쩍 하지 않는 것이 매우 편한 자세이고

조금 떨어져 있는 놈도 마치 '나도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듯 눈알을 굴려 여기저기를 보면서도 날아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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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기차소리 수많은 발길의 오고 감에도 잠을 자고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을 정도라면

오랜 날을 여기서 지내면서 사람들의 먹이 주기에 길들여진 개체인가 보다 싶어 관심두지 않고 기차를 기다리다가 뒤쪽을 보니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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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법( 2024년 12월부터 시행)이 시행되면서 과태료까지 부과되고는 있지만

인간의 동물에 대한 사랑은 법으로 금지되기에는 역부족인듯하고, 금지 안내가 커다랗게 붙어 있다는 것은 그래도 누군가는 먹이를 준다는 것이기에 비둘기는 어느 한 사람 먹이를 줄 누구인가를 기다림에 길들여지면서 의자를 집인 양 편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렇게 연말이 가고 지난주에 다시 일을 보러 갔다가 남춘천역에서 기차를 타야 해 같은 장소로 가보니

먼저 보았던 그 자리에 비둘기가 앉아있다.

이 의자는 아예 비둘기 전용석이 된 듯 누군가가 건드려도 그때뿐 가까이 날아갔다가 다시 와서 앉는다.

남춘역 노숙 비둘기라는 이름으로 sns에 이름을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문득 서울역이나 광화문의 도시 비둘기는 무리 져 다니면서 부산스럽게 쓰레기 등을 뒤져 유해 조류에 든다고 하지만, 길냥이가 집고양이가 되어가듯 야생성이 사라지고 주는 먹이에만 길들여진 이 비둘기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궁금해지면서 아들집 거북이 생각이 났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작았던 거북이가 몇 년 새에 어른 손바닥 2/3 정도로 자랐다.

우리 생활 패턴에 익숙해진 것인지 거실불을 끄고 들어가면 조용해졌다가 아침에 불을 켜면서 거실에 나오면 밥 달라고 온몸 운동을 하고 수조 옆 먹이 통을 아는지 그쪽으로 움직이면 따라오면서 고개를 길게 뺀다. 거북이 먹이 주기로 시작하는 손녀의 아침에 거북이가 길들여진 것이다.


춘천역 비둘기도 이와 같으리라

이미 인간 손길에 익숙해진 상태인데 개체수를 줄여야 함을 내세워 무조건 먹이 주기 금지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야생성을 잃고 주는 먹이로 살아가는 동물의 동물권을 지켜주면서 공생의 길을 가자는 동물연대의 주장에 관심을 갖고 그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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