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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홉 살

by 자겸 청곡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노랫소리가 들린다.

짐작으로는 페이스톡을 하면서 춤을 추는듯한데

열어볼 수는 없고

약을 꺼내야 된다면서 문을 열어볼 구실을 만들었다.


얼른 약을 꺼내오면서 둘러본 방안

가려진 TV 앞에 폰이 세워져 있고

도화지에 쓴 노래 가사를 보면서 춤을 추는 중이다.


하린춤안무 가사.jpg


2010년 대 초반 이후 출생을 알파세대 '영유아기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노출되어 성장한 세대'(네이버 AI)라고 하는 것은 알았지만


영상통화를 하면서, 노래 가사 위에 듀엣 부분과 솔로 부분을 표시해 노래와 동작(안무)을 짜는 모습에 놀라움 더했고

가끔 폰기능 활용을 못해서 물어보면

'아이고 할머니 한참 노력해야 되겠네'라고 한마디 하면서도 가르쳐주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


6.25 직후출생한 산업화 세대 노인이 이렇게 앞서 가는 세대를, 돌본다는 말보다는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세대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며느리가 직장에서 돌아와 인수인계를 하면서 춤추는 이야기를 전하자

'아구 저는 4학년인가 5학년 때 그랬던 것 같은데

확실히 요즘은 빠르네요'


그랬다.

요즘 아홉 살 2학년은

80년대 말 출생의 MZ세대 엄마가 가지는 디지털 환경 적응력보다

훨씬 빠른 스펀지 적응력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꿈과 능력을 화알짝 펴갈 것을 미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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