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나오시마 4

지중미술관 이야기

by 권석민

이우환 미술관에서 위쪽으로 1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지중미술관 매표소가 나옵니다. 지중미술관이라고 글씨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왠지 여행지를 나타내는 표시 앞에서는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나타납니다. 벽면에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다시 위로 5분 정도 올라가다 좌측으로 지중미술관의 입구가 보입니다. 5월 둘째 주에 방문하였지만 조금 더운 편이었습니다. 지중미술관이 벽면의 넝쿨이 감싸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중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가로변에 꽃심기로 가로변 정비를 한참하고 있었습니다. 예쁜 꽃들이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지중미술관은 클로네 모네의 <수련 연못>의 의미를 넓히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중미술관에는 미국의 현대 미술작가인 '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지중미술관은 건축물이 땅속에 있고 밖으로 보이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지중미술관으로 불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중미술관을 걷는 동안에 미술관이 곧 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미술관이 있다니 안도타다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올라갔다 내려가면서 건물이 주는 새로움은 생동감을 줍니다. 무언가 미지의 세계가 있는 듯한 기대감으로 가득했습니다. 건물은 자연과 늘 친화적입니다. 자연 속에 건물이 있지만 건물은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 빛이 어우러진 공간은 노출 콘크리트가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보입니다. 네모난 공간에 네모나지 않은 예술 작품들이 극대비 된다고 생각됩니다. 지중미술관 안에 건물로 둘러싸인 네 개의 공간이 있습니다. 바닥은 석회암이 깔려있고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비스듬히 올라가는 틈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그 공간은 전시 공간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전시실이 평면으로 있는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동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전시관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 공간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나타납니다. 모네의 회화 5점이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모네의 전시실은 모네의 작품과 공간이 일체화되도록 구상되어 있습니다. 모네는 수련의 각각의 장면 속에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클로드 모네의 건물 벽면을 자세히 보면 하얀 벽면 사이로 부드러운 자연광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람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모네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입니다. 1840년에 태어나 1926년에 사망했습니다. 수련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려냈습니다. 해가 지면 작품을 볼 수 없습니다. 시간과 생명력을 느끼게 하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 빛의 예술가 미국의 '제임스 터렐'의 작품 <오픈 필드 Open filed>와 <오픈 스카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픈 필드>는 이에(집) 프로젝트 중의 하나인 '미나미테라'와 연속되는 작품입니다. <오픈 필드>는 예술작품 공간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주었습니다. 신발을 벗도 계단을 올라가면 네모난 공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순간 밖의 나와 예술 공간 안의 나는 분리됨을 느끼게 됩니다. 파란색 빛이 황홀하고 몽환적인 모습에 '와'하고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한 발 한 발 조심히 앞으로 내딛다 보면 불빛이 비추던 곳은 네모난 벽이었습니다. 순간 몸을 뒤로 돌리면 또 다른 환상적인 빛을 보게 됩니다. 빛이 주는 묘한 느낌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제임스 테넬은 빛의 마술사 같았습니다. '제임스 터넬'의 또 다른 작품은 <오픈 스카이>입니다. 오픈 스타이는 천장에 네모나게 뚫려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네모로 잘린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늘과 벽면을 감상하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고개를 들어 지붕 위로 보는 하늘의 모습은 마치 하늘이 네모난 콘크리트 보다 앞으로 나와 있는 착시를 느끼기도 합니다. 작가는 빛의 오묘함과 경이로움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상상해 봅니다.


세 번째, 월터 드 마리아의 <시간/영원/시간없음> 작품이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실 안에는 직경 2.2 미터의 둥근 화강암, 금박을 입힌 27개의 목재 조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에는 빛을 제외하고 자연이 없고 모두 조형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형에 비친 빛의 방향이 바뀝니다. 전시실에서 정 가운데 위치한 화강암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화강암과 벽면에 설치된 금박을 입힌 나무에 시간이 머뭅니다. 이 공간 안에 빛을 제외하고 삼각형, 사각형, 동그라미, 계단 등 모두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도 일출에서 일몰 사이에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작품이 시시각각 변화된 모습으로 보입니다.


나오시마는 인간에 의해 병든 섬을 인간이 예술로 다시 태어나게 한 섬입니다. 인간과 공익을 생각하는 후쿠다케 소이치로 기업가,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조화를 건축예술로 승화시킨 안도다다오, 그리고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나오시마를 새롭게 재탄생시켰습니다. 안도타다오가 '모네', '제임스 터넬', '월터 드 마리아' 작가들의 작품에 빛으로 조명을 밝힌 부분은 단연 최고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버려진 섬을 새롭게 바라보고 생명을 불어넣는 과감한 실행정신이 없었다면 지금은 나오시마는 없었을 것이고 전 세계 사람들이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예술의 힘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내는 창의성, 그리고 실행력이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토내해
쿠사마 야요이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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