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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Jan 29. 2024

행복에 대한 오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뜻이다. 행복한 가정은 사랑, 존중, 안정감 등의 일정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 성격, 배신 등 각기 다른 문제로 인해 불행하다.


일상을 살면서 우린 어느 순간 행복을 느낄까? 어떤 일을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누군가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았을 때, 멋진 공연을 봤을 때, 좋은 친구와 식사하고 교류할 때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좋은 것만 있는 상태가 아니라 나쁜 것도 함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살기 위해 행복해야 한다. 꿀벌이 꿀을 모으는 것은 꿀이 좋아서가 아니라 번식하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해 꿀벌은 꿀을 모은다.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서은국 교수는 주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은 수많은 유대인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몰아넣었다. 그곳에서 유대인들은 힘든 노동, 비위생적인 환경, 영양 부족 등으로 많이 죽었다. 그곳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에 관해 연구한 결과 생존의 중요한 요인으로 '행복'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가 생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살았다. 행복을 경험한 사람은 행복을 다시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고 심리적 에너지로 작용했다. 이것이 '도구로서의 행복'이다. 행복은 목표를 달성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행복은 나쁜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행복은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고 성장하려는 자세다. 사람은 인정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관심을 두고 잘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낄 때 행복하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좋은 목표를 갖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며 고통이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 행복에 대한 오해가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행복감이 높다. 하지만, 방황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행복감은 낮아진다.


미국 미식축구 역사상 위대한 쿼터백 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톰 브래디는 2023년 2월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한다. 은퇴를 발표한 후 톰 브래디는 40일 만에 복귀를 선언한다. 그는 왜 은퇴했으며, 왜 다시 돌아왔을까? 그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가 40일 만에 복귀를 선언한 이유는 "나는 아직도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라는 것이다. 좋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행복감이 높다.


주막반점 세프 김지호는 롱블랙에서 이런 인터뷰를 했다. "도전하면 에너지가 생겨요. 저에게 미국 이민이 첫 도전이었고, 그 도전에 실패하지 않으려 하루하루 작은 챌린지를 만들어 갔어요. 하나를 완수하면 다음 도전을 또 설정하고요. 당신의 하루가 피곤하기만 했다면, 아무 도전 없이 살았기 때문일 거예요. 내 골(goal)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필요한 일을 하는 것. 이런 자세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그가 삶의 동력을 얻는 방법은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이었다.


토스 대표 이동건도 목표를 향해 도전할 때가 행복했다고 역설했다.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미래는 계속 불확실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는데 행복한 몰입이었다." 인간은 무료하게 빈둥빈둥 있을 때 행복감이 가장 낮다. 목표를 가지고 관심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상태일 때 행복이 찾아온다.


최인철 교수는 행복감을 느끼는 데에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한 마음, 즉 관심(Interest). 둘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찾아오는 자부심(Pride), 셋째, 조용할 때 느껴지는 고요한 정적(Serenity)이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결국,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행복감이 높고 방황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행복감은 낮아진다.


최인아 책방 대표의 칼럼에서 행복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글이 있다. "행복이 꼭 힘들지 않은 편안한 상태나 꽃길만 뜻하는 건 아니다. 힘들더라도 노력해서 성취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요즘 우리 세상은 '애쓰지 마! 힘든데 뭐 하려 해'와 같은 말들로 채워지고 있다. 행복이란 꽃길에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게 칼럼의 주제다.


"산에 오르는 것은 나에게 꼭대기와 같은 장소의 개념이 아니었다. 산에 오르는 것은 과정 그 자체였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아크 크레이머(Art Kramer) 교수의 말처럼, 꼭대기에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꼭대기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준비하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자세가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오늘 내가 배우고 성장할 기회는 무엇인가'를 찾는 '성장 마인드 셋'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행복하게 사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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