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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Apr 30. 2023

인생에 쉬운 길은 없다

작년 대학원에서 연구조사방법론 교수님과 수강한 학우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졸업 이후 만나니 반가웠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헤어진 후 논문을 준비하는 학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논문 글쓰기 방법에 물어봤다. 논문 글쓰기 방법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남의 글을 가져오기도 어렵고 가져온 글을 표현하는 방식도 힘들다는 거다. 급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미리 써 본 사람으로서 도움 되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논문은 논리적으로 쓰는 글이니 논리적인 틈이 없어야 하며, 주장하는 하나의 문장이 있다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2~3개 이상 써야 한다고 말했다. 논리적으로 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선행 연구 논문에서 내가 주장하는 것의 근거가 되는 문장들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완전히 이해한 후 내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방법을 물어본다는 것은 쉬운 길을 찾겠다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지도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면 논문이 그냥 써지는 줄 알았다.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오로지 공들인 시간만큼 결과로 나타난다. 직접 써보고 고치고 문장을 지웠다 쓰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문장 하나를 위에다 놨다가 다시 아래로 놓아 보면서 자연스러운 문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주장하는 근거가 논리가 맞지 않으면 과감히 지워버리고 논리에 맞는 다른 참고문헌을 가져와야 한다. 막히는 순간순간을 마주치고 뛰어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씽크와이즈라는 마인드맵을 작성할 때도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잘 작성할 수 있느냐고. 답은 무한 반복이다. 2020년 4월에 마인드맵을 처음 사용한 후 마인드맵으로 작성한 문서의 숫자는 1,130개다. 매일 마인드맵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세바시 강연을 듣고 맵으로 만들어 봤다. 1개의 맵을 만들 때 2시간 이상 걸렸었다.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맵을 완성하고 나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음성이 1장의 구조화된 그림으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강사가 말하는 큰 구조를 파악하고 구조화된 큰 개념에 세부 내용을 적어 넣는다. 전체 맥락도 이해하기 쉽고, 세부 내용도 파악할 수 있다.


반복의 힘은 위대하다. 기록한다는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 오해했었다. 내 생각을 적어내는 것은 어려웠다. 남의 생각을 요약하는 일은 쉬웠다. 어려운 일은 외면하고 쉬운 것을 선택했다. 사실 아는 게 없어서 그랬다. 남의 생각이라도 내면에 넣으려 했다. 반복해서 말이다. 강연을 여러 차례 들어서 마인드맵으로 완성하면 맵을 만드는 과정에 내용이 정리되기 때문에 학습에 효과적이다. 지금은 남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핵심 되는 내용을 남기려 한다. 남의 생각을 요약하려 핵심으로 마인드맵을 완성하면 생각을 적어본다. 남의 생각이 남아 있긴 하지만 느낀 점을 써 내려간다. 타인이 주장한 내용에 내 생각이 더해진다.


축적의 시간이 있어야 실력으로 남는다. 조급한 마음에 남의 생각을 담기만 했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거칠고 어려웠다. 책을 읽을 때도 이 책, 저 책 허겁지겁 읽는 것보다 내용을 음미하며 줄을 치기도 하고 볼펜으로 키워드를 적어 보기도 하고 떠오른 생각을 적어 보는 방법으로 책을 읽을 때 오래 기억에 남고 삶에 적용하기 좋다. 처음에는 잘 안되지만 반복하면 모르는 사이에 생각을 읽어내는 힘도 생기고 비판하는 능력도 올라온다. 시간이 필요했다. 노력한 시간만큼 실력이 좋아진다.


글쓰기도 매일 써야 한다. 하루라도 글 쓰는 것을 멈추면 다시 쓰기 힘들다. 매일매일 반복하는 습관을 만들면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인다.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삶이 된다. 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명확히 정의해 보고 달성하기 위해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방법이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한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중간에 포기하면 이전의 평범한 삶에 머무르게 된다.


불필요한 만남은 만들지 말아라. 특히 회사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과 일과 후에 만남의 횟수는 최소화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평상적인 일상의 리듬이 깨진다.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생산적인 대화의 시간이 이뤄질 확률이 낮다. 회사의 사람들과 대화는 주로 일에 대한 푸념과 쟁점이 되는 사건이나 남의 이야기다. 정보를 얻기 위해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내 삶의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차라리 회사 밖의 사람이나 전문가, 나보다 학식이나 배울 점이 많은 사람과의 만남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다.


인생의 멘토는 세상에 많다. 나의 이상향과 비슷한 사람의 책과 강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내가 본 책과 내가 본 강연의 내용과 흐름을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우고자 하는 분야의 보고서, 책, 강연, 인터넷 정보 등을 찾아보고 정리하면 된다. 평소 삶에 도움 되는 정보 등을 차곡차곡 노션(NOTION) 등 디지털 클라우드에 모아놓고 필요할 때 꺼내 보면 꽤 도움 된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흘려보내지 말고 소중한 시간을 사진 찍듯이 잡아야 한다.


쉬운 길, 지름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만의 방법을 찾아 내자. 돌이켜 찬찬히 지나온 날을 들여다보면 남이 내 인생을 대신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정적 순간에 남의 생각과 기준에 맞춰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은 내가 한 것이다. 쉬운 길을 선택한 것도 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도 나다. 논문을 쓰면서 알았다. 논문은 남이 써 주는 게 아니고 오로지 내가 써야 하는 거구나. 직장에서의 삶도 남이 대신해 주는 게 아니고 내가 해야 하는 거구나. 앞으로 남은 내 삶도 오로지 내가 사는 거다. 지금까지 삶이 남에게 맞추는 삶이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내가 주인이 되어 깊은 고민과 성찰로 삶을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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