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도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가축에 인두로 각인해서 소유를 나타내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브랜드는 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상징과 같다. 브랜딩은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행위들이 이어져 각인된 모습이다.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들로 만들어진다. 내가 타인과 구별되는 활동들의 총합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타인과 구별되는 점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질문이 생긴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기획통, 인사통, 예산통 전문영역이 생긴다. 이 브랜드가 본인이 원해서 생긴 것일까? 정말 전문가인가? 실력보다 인식이 높은 것은 아닌가?
전우성 작가의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에서는 브랜딩을 위해서 '나만의 차별성을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모습을 정의한 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상징하는 것이 일치해야 함을 강조한다. 성공한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몇 번의 성공이 아닌 '꾸준함'이 핵심 포인트다. 성공사례를 알리기 위해 강연이나 글을 쓰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다.
공무원도 이와 같은 브랜딩 활동을 통해 자신의 네임 벨류가 만들어졌을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공무원 조직에서 사람들에게 인지된 이미지는 실력보다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의 일이 대단히 전문적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는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일과 사람은 같이 간다.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 어느 정도 일치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하는 사람, 애쓴 만큼 발전하는 결과물에 만족해 하는 사람, 자신의 자아실현을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일치시키는 사람이 이런 부류의 성향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브랜딩은 본인이 원해서 붙여진 것이기보다는 그 분야에 일이 주어졌고 오래 하다 보니 그 분야의 전문가로 불리는 경우로 봐야 한다. 내가 원하고,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을 가진 것이 아니란 뜻이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순환보직이 인사원칙으로 하고 있고 넓은 분야에 얕은 지식을 갖게 되는 특성이 있다. 일부 실무자 때 업무를 봤다고 해서 팀장이나 과장 때 같은 보직을 주는 경우가 있다. 회전문 인사라고 한다. 회전문 인사는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고 조직의 우수인력을 만들어 내는데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했던 사람이 다시 보기 때문에 조직에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최인아 작가는 그의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브랜딩은 실체가 바탕이 된 인식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실체보다 나은 인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평판에 힘쓰지 말라는 뜻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진짜라고.
이 말에 공감한다. 더 높은 직위가 주어졌다고 그 만큼의 가치를 창출해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본분에 맞는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공무원이 가져야 할 역량을 개발하고 지속 성장해야 한다. 경험만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닌 객관적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업무 역량뿐 아니라 관계, 소통, 협업, 협력 등 관계 역량, 창의적 정책 개발, 문제해결 방안 마련 등 사고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하루하루 주어진 외적인 요인을 해결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내면을 단단히 만드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축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