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자기 계발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자기 계발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자기 계발이나 학습 등에 한눈을 파는 공직자를 오히려 평가절하했다. 조직에 헌신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공직 생활을 잘하는 것이라 여겨왔다.
공무원 조직에서 자기 계발은 일을 안 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4~5급 공무원들의 공무원 전문 교육기관(지방자치인재개발원 등)에 교육을 가는 것은 승진과 멀어지는 일로 여겨진다. 조직의 중심 역할에서 밀려 귀향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 그렇기도 하다. 요즘은 조금 상황이 바뀌어 6급 장기 교육은 서로 경쟁하면서 선발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다지 인기가 지금만 못했다. 오랫동안 교육을 다녀오면 근무성적 평정 등에 뒤로 밀리기 때문이었다. 교육을 다녀오면 좋은 보직을 주지 않는다. 너희들이 교육을 다녀오는 동안, 조직에 일한 사람들은 너희들이 교육받는 기간 동안 일했기 때문에 교육을 다녀온 너희들은 불이익을 좀 받아도 돼. 이런 공직 문화를 무시하고 교육을 가기는 쉽지 않다.
교육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도 문제가 있다. 교육을 쉬는 목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경기도인재개발원에 핵심인재 10개월 교육과정에서 최우수상과 장원급제를 했다. 어떤 이들은 교육까지 가서 뭐 그렇게 열심히 했느냐고 말한다. 자기 역량을 높이려고 교육을 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무원은 업무를 떠나 좀 쉬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힐링을 주제로 한 교육과정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그러하다. 교육의 방향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측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공직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교육 분야라고 본다. 핵심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공무원이 똑똑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일하면서 자기 계발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았거나,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연초가 되면 책을 매월 1권씩 읽겠다고 야심 차게 다짐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불과 1개월도 되지 않아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은 있으나 몸이 따라가질 못한다. 필자도 1년에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내질 못했었다. 책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되었고, 억지로 읽어내려 해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렸다. 인내심은 바닥나고 이내 포기해 버린다.
자기 계발이 왜 필요한가? 색다른 시선, 관점을 가질 수 있다. 폭넓은 사고와 깊은 통찰을 할 수 있다. 논리력은 향상되고 일과 삶을 맥락 있게 살아낼 수 있다. 전체를 보는 시야와 조각조각의 일들에서의 역할을 알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도 깊어진다. 교육을 다녀와서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뇌 속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있다. 뇌에서 끄집어내지 못할 뿐이다.
자기 계발에는 끈기가 필요하다. 새롭게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자. 처음엔 열심히 한다. 1달쯤 되었을 때 실력이 별로 늘어난 것 같지 않으면 해도 안 되네 하고 이내 포기하고 만다. 집요하게 인내심을 갖고 두 달, 석 달 서서히 귀가 뜨이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최인아 책방의 책방 마님 최인아 대표는 세바시 강연에서 ‘불확실성의 구간’을 말했다. 노력하지만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해도 안 되네 하고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한다고. 영화 ‘암살’에서 염석진(이정재)이 독립운동을 하다 배신을 했다.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경찰로 살아오다 해방이 되었다. 재판에 회부되었고,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온다. 예전에 함께 독립운동했던 동지가 따라 나와서 물었다. ‘그때 왜 우리 동지들을 배반했어?’ 염석진은 답한다 ‘해방될지 몰랐으니까’라고, 염석진은 ‘불확실성의 구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불확실성의 구간’을 빠져나갈 수 있느냐 못하느냐는 ‘태도’에 달려 있다. 나에게 주어진 스트레스도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스트레스로 바꿀 수 있다. 긴 관점에서 바라보자. 지금의 고통은 배움이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고통은 줄어들고 새로운 동기가 생겨날 것이다.
자기 계발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무엇이 필자를 바뀌게 했을까? 2020년 우연히 경기도인재개발원 6급 핵심인재과정 장기 교육의 기회가 찾아왔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필자는 편안히 좀 쉬다가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가졌었다. 교육과정 중에 두 개의 메시지가 마음을 울렸다. 하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라는 문장이었다. 참으로 따뜻했다. 한 번도 나를 응원한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하나는 1년 후의 나의 모습, 나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라는 질문이었다. 분명한 목표와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잊고 살았던 것이었다. 공무원이 ‘10년 후에도 공무원이지'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퇴직하려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무슨 목표야라며 애써 외면해 왔다.
시간의 유한성을 깨달았다. 우연히 강규형 저서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을 읽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루 86,400초. 통장에 잔고처럼 남아있지 않다. 어떤 이는 새는 데 없이 알차게 86,400초를 사용하는데, 누구는 물 흐르듯 흘려버린다는 내용이다. 당연한 말일지 몰라도 내게 큰 충격이었다. 과연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 왔던가? 충격이었다. 그 후 필자는 교육 기간 동안 강사분들의 강연을 전부 기록하기 시작했다. 마치 속기하듯 말이다. 기록한 것들을 마인드맵으로 구조화하며 이미지로 각인시켜보기도 했다. 놀라웠다. 긴 글은 글씨들만 보여 내용을 파악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어 의미를 되새겨야 했지만, 마인드 맵의 형태로 구조를 파악해 보면서 정리한 맵(마인드맵으로 그려놓은 1장의 이미지)은 시각적으로 뇌 속에 각인되었다.
가급적 학습한 것을 마인드맵으로 그린다. 스피치를 잘하기 위해 세바시 강연 구조를 마인드맵으로 파악했다. 도입, 본문, 마무리 3개 구조로 그려내면 강연자의 말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할 수 있고, 논리력이 향상된다. 자기 생각과 깨달음, 삶에 적용할 부분까지 적어내면 금상첨화다. 칼럼은 논리력 향상에 더 도움 된다. 칼럼은 시작은 일상의 에피소드로 깨달은 것들 적어내는데 마지막에 작가가 하려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마인드맵으로 뭉쳐있던 것들을 조각조각 파헤쳐서 다시 생각의 덩어리들로 묶어낸다. 맵을 작성하는 과정 중에 생각은 더 단단해진다.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만들면 책을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가져갈 수 있다. 전체를 3개 구조로 만든다. 책 소개, 목차, 생각. 책 소개에는 저자, 부제목, 출판사, 발행일자, 쪽수, 주요 문장, 책표지 등을 적어낸다. 목차는 예스24 또는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목차를 복사해서 넣어준다. 전체 책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저자가 말하려는 메시지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생각은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 3가지 형태로 적어준다. 본 것은 기억할 만한 문장들을 기록하고, 깨달은 것은 색다른 관점이나 생각 등을 적어준다. 적용할 것은 내 삶에 하나 정도는 꼭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필자는 마인드맵을 씽크와이즈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씽크와이즈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은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남들이 보는 나의 강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적어봤다. 처음으로 나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왔던 나였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새로운 꿈을 꾸었다. 장기 교육을 마치고 복귀하게 된다면 사내에서 '씽크와이즈 강의를 해야겠다'는 꿈이었다. 사람은 공부해야 꿈이 생긴다. 입문한 지 1년 8개월 만에 사용자 콘퍼런스의 발표 기회를 얻었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이후. 씽크와이즈를 통해 만들어 낸 생각의 덩어리들이 화산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필자는 우연을 믿는다. 영어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우연한 기회가 내게 수없이 많이 찾아왔다. 콘퍼런스 이후 앞서 교육 중에 꿈꿔온 일이 일어났다. 씽크와이즈 강의를 사내 공직자 대상으로 4회 진행했다.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강의 소감을 글로 남겨주었다. 큰 용기가 되는 메시지들이었다. 이후 경북도청에서 씽크와이즈 활용사례를 강의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강사가 아니니 강연이 매끄럽게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내게 큰 용기를 냈던 것이었고 결국 해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수원대학교 행정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취업특강도 했고, 화성시문화재단에서 직원교육도 가졌다. 세바시 대학 졸업생 자격으로 ‘낯선 환경이 주는 변화’라는 주제로 스피치까지 했다. 2년 동안 매번 떨어졌던 브런치 작가도 승인되었고, 대학원도 도전하여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며 영광스러운 졸업을 맞이하기도 했다.
업무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필자는 2021년 1월에 장기 교육 후 업무로 복귀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씽크와이즈를 사용했다. 씽크와이즈 협업 기능을 이용하여 우리 팀 마스터맵을 만들었다. 이 맵에는 우리 팀의 비전, 목표, 추진전략, 추진계획 등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서 시각화했다. 달력 형태로 맵을 만들어 업무를 기록하고 관련 파일을 씽크와이즈에 업로드했다. 우리 팀은 서로 하는 일을 공유하게 되었고, 팀장과 팀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같이 보고 있었다. 우리 팀의 성과는 놀라웠다. 2022년 지방규제혁신 인증제에서 우수기관으로 인증을 획득하여 인증패와 3천만 원의 특별교부세를 받을 수 있었다. 2022년 12월에는 지방규제혁신추진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3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가져왔다. 2023년 2월에는 적극행정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우리 팀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받게 된 것이다. 필자가 속한 과장님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수 있었고, 우리 팀 주무관은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필자는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공무원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크게 중앙부처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법관, 검사, 외무, 경찰, 소방, 교육, 군인, 군무원 등 특수 분야의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일반직공무원이다. 필자는 지방자치단체 6급 일반행정 공무원이다. 공무원 중에서 가장 밑에서 시민들과 가까이 있다고 보면 된다. 평범한 필자는 이제 스스로를 사랑하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매일매일 새로움을 찾는다. 업무에서 일에서 질문하는 방법을 찾아가며, 본질이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색다르게 문제해결에 다가서려 한다. ‘불확실성의 구간’을 넘어 지향하는 북극성을 찾아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평소 좌표를 그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 나의 지향점은 명확한지, 그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등을 매 순간 질문한다.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10번 외치고 일어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두렵다. ‘나는 할 수 있다’를 10번 외치면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 발걸음은 더욱 씩씩하고 가벼워진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
2002년 25세에 임용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공무원만 했다. 21년 동안 공무원을 하면서 처음 공직에 임용되었을 때의 마음과 자세는 현재와 아주 다르다.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변화한다. 공무원은 철밥통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공무원은 구글의 직원처럼 일하면 안 되는가? 유연한 조직의 문화와 관련된 책에서 학습한 내용을 공직에 적용하면 안 될 일인가? 꿈을 꾼다.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행동한다. 박종호 저자의 <코로나 시대의 편지>의 공부하는 노년이라는 장에서 돈키호테처럼 ‘최소한 꿈을 가슴에 지니고 살자’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필자가 공무원으로서 삶의 전환점을 갖게 되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이겨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씽크와이즈를 활용하여 업무에서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했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풀어낼 것이다. 유병욱 CD(Creative Director)의 강의에서 ‘자존의 필터’로 일을 바라봤더니 실수에 예민해지고 성공의 기준점이 높아졌고 말했다. 최진석 교수는 ‘꿈이 없는 삶은 빈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존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 더 높은 곳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을 찾아 애쓰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