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목사의 '가브리엘과의 대화' 방송이 시작되다
"가브리엘!"
오늘은 왠지 그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다. 치열했던 법정 소송이 마무리되고, 한국 교회에 '우깨 (우리는 깨끗한가?) 운동'과 '3 투운동 (투명회계, 투명인사, 투명행정)'이 불붙었던 지난 일 년.. 그야말로 전쟁 같은 하루하루였다. 이제는 조금 차분해진 분위기에서, 고요하게 기도하면서 가브리엘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기도실로 향했다. 이제는 기도만 하면, 어김없이 가브리엘이 찾아온다. 그의 존재가 느껴진다.
"오늘도 목사님의 기도 소리가 들리네요. 그동안 평안하셨지요?"
가브리엘은 늘 나에게 존댓말을 한다. 우리는 서로 말이 필요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가브리엘의 말이 뇌리에 꽂힌다. 나도 생각을 하면, 그게 말이 되어 가브리엘에게 전달된다.
"가브리엘, 오늘은 그냥 형이 보고 싶었어. 물론 눈으로 보지 못하지만, 형과 대화하고 싶었어. 오늘은 형처럼 편하게 얘기하면 좋겠어. 그 사이 루시퍼와 싸우느라 형 동생으로 오붓한 대화 한번 못 했잖아."
나는 정말 오랜만에 형에게 투정하듯이 말했다.
가브리엘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래, 태훈아..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네. 오늘만이라도 예전처럼 이야기해 보자."
"그래 형, 우리 이제껏 제대로 회포 한번 푼 적이 없어. 어느 날 우연히 내 꿈속에 나타났지만, 내 생명 에너지가 고갈되는 바람에 갑자기 이별해야 했고, 그리고 수년 후 목사가 돼서야 형을 다시 만났지. 물론 기도 중에 만났지만. 그래도 그때 난 너무 좋았어. 가브리엘 천사가 형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형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그리고 형과 같이 설교 준비할 때 정말 행복했고.. 그 덕에 담임목사님께 인정도 받고, 비판적인 글도 쓰게 되고.. 그게 오철광 목사와의 전쟁의 시작이었고.."
"그래 태훈아, 그간 너무 열심히 살아왔구나. 너의 기도와 용기 덕에 '교사연(교회사랑연합)'의 폭주를 막고, 루시퍼의 장난질을 잠시라도 멈출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너무나 뿌듯하다. 네가 잘 해낼 줄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을.. 그게 다 형과 천사님들이 도와준 덕이잖아. 나 혼자 했으면 어림도 없어. 저들은 내가 어떻게 자신들의 비리를 밝혀냈는지 궁금해할 거야. 아마도 내부의 배신자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 걸.."
"아마도 그렇겠지.. 그들이 다시는 교회 이름으로 못된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지."
"걱정 마, 내가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테니.."
"그래 네가 잘해 낼 줄 알았고, 앞으로도 교회를 지켜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럼 형은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너의 믿음과 용기가 교회를 지켜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너는 분명 하느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할 소중한 사명이 있다고 생각했어. 목사가 되든 아니든.. 물론 나의 믿음이지만 말이야"
"형의 믿음이었다고? 형이 나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미리 안게 아니고?"
"그건 아니야. 하느님이 창조하신 사람의 운명은 하느님 밖에 몰라. 천사들도 알 수 없어."
"근데 형은 내가 백수일 때, 엉뚱한 길로 가고 있던 나를 바로 잡아주려 나타났던 거잖아? 근데 그게 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어?"
"그래, 너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너에 대한 소망이었지. 결과가 증명하잖아. 지금은 태훈이 네가 교회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어. 천사인 나도 예상 못했지. 소송 이후 달라진 한국교회를 봐. 너는 분명히 하느님의 사명을 갖고 태어난 아이야."
"아.. 지금 좀 헷갈리는데.. 형이 나를 믿어줘서 이렇게 된 것인지,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는지?"
"내가 말했잖아, 운명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믿음의 힘은 존재하지. 히브리서에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고 했어. 우리가 바라는 것을 실제로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믿음이야. 믿음은 운명을 바꾸기도 하고, 만들기도 해."
형의 말은 내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믿음이라는 단어의 뜻을 바꾸어 놓았다. 믿음은 하느님을 믿고 의지할 때나 쓰는 단어로 알았다. 믿음이 만들어 내는 힘은 우리의 인생을 바꿀 만큼 크다. 형의 믿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여하튼 믿음은 그냥 떠오르는 생각은 아닌 게 분명하다. 마가복음에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라 했다. 나는 처음에는 성경에서 왜 이렇게 비현실적인 비유를 썼을까 궁금했다. 지금은 좀 알 것 같다. 믿음이 가진 실존적 에너지를 생각하면 이건 비유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형이 오래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형이 나에게 로또번호를 주겠다고 했을 때, 내가 그걸 어떻게 믿냐고 한 거 기억나?"
"기억나지.. 너는 그때 의심이 가득했지."
"그때 형의 말을 믿으면 로또 당첨의 기회가 생기고, 안 믿으면 그 기회는 없어진다고 했지. 그리고 믿든지, 안 믿든지 내 선택이라고 했지.. 그 의미를 이제야 알겠어."
"그랬구나. 그래.. 너에게 믿음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어. 로또를 미끼로 삼았지만.. 너에게는 중요한 로또였겠지? 어쨌든 그 로또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교회를 찾게 되고, 의미 있는 질문을 하고, 질문을 하면서 생각도 바뀌고, 결국 인생이 바뀌었잖아."
"그때는 형의 깊은 뜻을 몰랐지. 결국 그 믿음이 형 말대로 내 인생을 다시 만들어 줬어"
"그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실 나는 네가 로또당첨으로 삶에 여유를 찾기를 바랐어. 그럼 세상 보는 눈도 긍정적이 되고, 그러다 보면 하느님을 찾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 그래서 약속대로 로또번호를 우편으로 보낸 거야. 5개 번호만 알아도 충분히 로또 1등 전략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네가 로또를 포기할 줄은 몰랐지. 너의 결심이 정말 놀라웠어."
김목사는 형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배려했는지를 느꼈다. 그래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가브리엘 천사가 형이라는 걸 알고 나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할까.. 너무나 속물 같은 모습만 형에게 보여줬잖아. 그래서 좀 괴로웠어. 한 번이라도 형이 기대하는 거 이상으로 떳떳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 그게 내가 아는 태훈이야! 너는 그때 어렸지만 나보다 총명하고 용기 있는 아이였어.. 나보다 앞서 얼음을 지치다 물에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너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 네가 방황하는 걸 보고 어떡해서든 너의 수호천사가 되려고 무지하게 노력했지. 결정적인 건 어머니의 기도였어. 그 간절한 기도의 힘이 천상계에 알려지고, 그 덕에 천사장 회의에서도 나를 너의 수호천사로 허락해 준 거야. 정말로 어머니께 감사해야 해!"
태훈은 지난 7, 8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가브리엘 천사를 처음 만나 혼란스러웠던 시간.. 교회를 전전하며 의미 있는 질문을 찾아다니던 순간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간암 선고로 이식 수술대에서 사경을 헤매던 일. 인생을 바꿔보려 신학대학원을 다니던 3년.. 2년의 전도사 과정을 거쳐 목사 안수를 받고, 가브리엘과 같이 하느님의 사랑을 설교하던 1년여 시간. 그러다가 오광철 목사와의 법정 다툼. 그로 인해 불길이 당겨진 지난 1년여간의 한국교회 개혁의 물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3투운동..
가브리엘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사랑을 알게 해 주었다. 결국 그 사랑이 기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기에 태훈은 하느님이 사랑이신 것을, 예수가 그것을 증명하신 것을 전달하는 것이 목사의 사명이라고 믿었다.
"형, 앞으로도 내 수호천사 계속할 거지? 앞으로도 싸워야 할 영적 전쟁이 많이 남아 있는 거 같은데."
"그래 태훈아, 김 태훈 목사가 루시퍼에게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니, 앞으로도 네 삶이 평탄하지는 않겠지. 지난번 소송건에 천사들이 동원되었다는 것이 루시퍼의 귀에 들어갔어. 이번에는 어떤 짓을 계획하고 있을지 몰라. 한번 크게 당했으니 다음번에 칼을 갈고 덤빌 거야. 어쨌든 천계에서는 이번 네 공적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루시퍼는 천계에서도 골치 덩어리거든.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의 전담 수호천사로 재 임명받았어. 네가 워낙 감당할 일도 많고, 나도 덩달아 바빠지겠지. "
그렇다, 나의 영적 싸움은 시작일 뿐이다.
"어 고마워 형..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 루시퍼가 이번에는 어떤 교묘한 전략을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팀워크를 이기기는 힘들 거야."
나는 형과의 오랜만의 대화를 마치고 생각에 잠겼다. 그래.. 장기전에 들어갈 영적 싸움을 대비하려면, 그간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만나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오후에 법정 소송을 도와주었던 최형범 변호사와 내가 같이 '시사정의' 유튜브 채널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3투운동'의 중요한 매체로 떠오른 '시사정의'의 정소원 PD가 기획한 대담 프로그램이었다. 주제는 '3투운동을 통한 교회개혁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나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시사정의' 유튜브 스튜디오로 향했다.
"최 변호사님! 안녕하셨어요?"
나는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최변에게 인사했다. 그는 특유의 인상 좋은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아유, 김 목사님, 바쁘신데 인터뷰까지 와주시고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변호사님도 그 사이 너무 고생하시고 많이 도와주셨는데, 또 시간을 내주셨네요."
"무슨 말씀을.. 김 목사님이 움직이면 제가 따라붙어야죠. 이제는 한 팀 아닙니까?"
이때 옆에서 오디오 장비를 체크하던 시사정의 유튜브 정소원 PD가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아이고. 두 분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힘이 됩니다. 두 분 활약으로 교회 개혁운동이 불꽃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3투운동을 하는 교회마다 교인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지역교회나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모릅니다. 오히려 3투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대형교회에서는, 교인 수가 줄어들어 울상입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3 투운동 캠페인은 시사정의에서 주도하셨잖아요. 모든 분들의 도움 덕분이지요."
우리는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으며, 녹화를 시작했다. 정 PD는 사회를 맛깔나게 보면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1시간 반의 녹화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각자 할 말도 많았고, 질문도 많았다. 시사정의 동접자가 10만을 넘고 있었다. 그사이 시사정의는 구독자 200만이 넘는 인기 유튜브 채널이 되었다. 교계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었다.
'질문!'
방송 중에 정 PD의 질문을 받고 나니,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가브리엘에게 질문거리를 찾아다니던 일. 그러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질문들. 하나같이 교회에서는 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가브리엘과의 대화 중에 답을 얻었지만, 언젠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목사님들이 설교 중에 다루기 꺼려하는 질문들..
나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저장해 놓았던 질문 목록을 다시 열어 보았다. 나는 가브리엘에게는 2가지 답 밖에 듣지 못했다. 나머지 질문들.. 내가 언젠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답하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1. 하느님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왜 이 세상에 사랑은 없고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까? 전쟁과 학살로 수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하나님은 보고만 계십니까?
2. 기독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고, 왜 기독교는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입니까? 예수를 믿지 않으면 다 지옥에 갑니까?
3. 성경은 신화 같은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은 그냥 비유적이 표현이 아닌가요? 진화론과 충돌되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4. 천국과 지옥, 연옥, 파라다이스 같은 다양한 내세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 어느 것이 맞나요? 다양한 사람들의 행위를 과연 천국과 지옥으로만 양분할 수 있을까요?
5. 교회가 특정한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교단에서는 왜 이런 일을 허용합니까?
6. 교회는 왜 점점 부자가 되고 기업처럼 운영되나요? 가난한 자와 함께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다르지 않나요?
7. 왜 일부 목사는 교회에서 권위주의적 모습을 하고 있나요? 초대교회처럼 모두가 평등한 관계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8. 왜 교회는 교리와 교파가 분열되어 있나요? 교회가 하나의 진리로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9. 교회는 하느님께 속해있고, 교인들에 의해서 유지되는 데, 교회를 개인의 재산처럼 여기고 목사가 자식에게 세습을 해도 괜찮은 겁니까?
10. 왜 교회는 이 사회의 부정과 부조리에 대해서 눈감고 있나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은 말씀으로만 하는 것인가요?
그래.. 나는 대답해야 할 질문이 아직 남아있다. 이미 가브리엘에게 들은 대답도 교인들과 공유하지 못했다. SNS로부터 받은 의미 있는 새로운 질문들.. 그간 설교를 준비하며 가브리엘이 답을 알려주었지만, 일반 대중들과 공유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나는 그 다음날 정소원 PD를 만났다. 급하게 만나자는 말에 정 PD는 무슨 일인가 궁금해했다.
나는 카페의자에 앉자마자,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PD님, 제가 부탁이 있는데요."
나의 정색하는 태도를 보고, 정 PD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부탁이요? 뭔데요? 목사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말씀하세요.."
정 PD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제가 방송 기회를 한 10번쯤 가질 수 있을까요? 제가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꼭 시청자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서요."
"아 네.. 주로 어떤 질문 들인가요?"
"기독교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이라는 주제이고요, 교회가 보여준 모순, 이해하지 못할 행태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교회의 권위주의, 적대적 배타성, 기업화, 세습, 성경의 과학성, 정치와 교회 등 정말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잠깐만요"
정 PD는 프로그램 편성표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하시죠! 시간은 질문당 1시간입니다. 40분 설명에 20분 현장 답글로 질의응답 가겠습니다. 괜찮겠죠?"
정 PD는 시원 시원 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할당받았다. 기독교인들이 목말라하는 질문. 설교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질문들. 그래서 교인들이 들을 수 없는 대답. 그 질문에 답을 할 기회가 생겼다.
교회로 돌아온 나는 다시 한번 기도실로 향했다. 기도실은 정말 조용했다. 가브리엘과의 대화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김 목사님, 오늘의 기도에서는 결연한 마음이 감지됩니다"
가브리엘이 다가오며 말했다.
"어.. 가브리엘, 우리가 예전에 하던 질문하기 게임을 한번 더 해야 할 것 같아. 이번에는 로또를 걸 필요는 없어. 이미 질문은 나와 있으니, 내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게 가브리엘이 도와주면 돼."
"그렇습니까? 그런데 김 목사님.. 이제는 제 조언이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때는 태훈 님이 믿음도 지식도 없을 때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김목사 님이 그 답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전하세요. 그러면 저 대신 성령님이 함께 하실 겁니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대답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김 태훈 목사는 가브리엘의 말 뜻을 이해했다. 그래도 가브리엘이 도와주면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조금 불안했다.
김 목사는 수년 전 가브리엘과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하며, 교회의 왜곡된 권위주의에 대한 원고를 작성했다. 가슴이 떨려왔다. 성경 안에 숨어있는 천계의 원리를, 하느님과 가브리엘과 은밀하게 나누었던 하늘나라의 비밀을 공개하는 첫 방송이 다가오고 있었다.
첫 방송을 앞두고 '시사정의' 스튜디오에서 리허설 미팅이 있었다. 정 PD는 미팅에서 코너 타이틀을 '김태훈 목사가 함께하는 천사와의 대화'라고 잡았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정 PD에게 천사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 어떻게 그런 타이틀을 잡았을까?
"아니, PD님은 왜 하필 천사와의 대화라는 타이틀을 잡으셨어요?"
나는 신기해하며 물었다.
정 PD는 대답했다.
"김목사 님, 그렇지 않아도 코너 타이틀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중에 제가 꿈을 꿨습니다. 그 꿈에서 목사님이 웬 천사와 웃으며 대화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느낌이 너무 좋고 강해서 제가 타이틀로 잡아야겠다고 결정해 버렸습니다. 이미 홍보가 나갔고요. 어차피 은유적인 표현이니까 괜찮죠?"
나는 내심 놀랐다. 가브리엘이 의도한 것인가? 아니다. 가브리엘은 나의 전담 수호천사이고 더 이상 꿈에 관여하지 않는다. 정말 신기했다.
"좋습니다."
나는 정 PD의 꿈의 의미를 상상하며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이 방송도 가브리엘이 돕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갑자기 마음의 편안해졌다.
그날이 왔다. 첫 방송이었다.
나는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원고를 정리하고 사운드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모니터를 보던 정 PD와 엔지니어가 환호를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정 PD가 나에게 윙크하며 스피커를 통해 말했다.
"목사님, 대박입니다. 동시접속자가 역대 최고입니다. 100만이 넘었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가브리엘이 옆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모든 시청자와 함께 가브리엘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