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할 때도 됐는데
나는 사람들의 미세한 변화까지 잘 알아차리는 편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저번보다 머리색이 밝아졌거나 렌즈색깔이 바뀌었거나 립색깔이 바뀐 것도 잘 알아본다.
눈썰미도 좋아서 사람얼굴도 기억을 잘하는 편이다.
심야괴담회를 처음 봤을 땐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오래 보다 보니
‘저 귀신언니 이번엔 우물귀신으로 나왔네’하며 스토리보다 사람 찾기가 더 재밌어질 정도였다.
이런 강점(?)으로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만날 때 미세한 변화도 이야기하며 칭찬을 하거나
그런 점을 더 부각해 사람들을 더 치켜세워주곤 하였다.
남들에게 하는 칭찬은 아깝지가 않고 몸에 밴듯한 습관인 것처럼 튀어나오는데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야박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칭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내온 것도 칭찬받을 일이고,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했던 나에게도
왜 이것밖에 못할까라는 자책보다는 오늘도 해내었다는 말을 심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내 스스로를 칭찬하고 뿌듯해하는 일이 없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모든 일에 완벽해하고 싶고
강박을 가진 성격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햇빛을 볼 수 있는 그 자체,
숨을 쉴 수 있는 멀쩡한 코가 있다는 그 자체,
내가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먹었다는 그 자체,
설거지를 쌓아두지 않고 바로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을 해줄 거다.
좋은 직장에서 안정적이게 일을 하지 않아도 칭찬받을 일을 많고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내는 건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 들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