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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 Dec 22. 2022

엄마는 네가 살림만 했으면 좋겠어

사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엄마는 내게 아이가 생기면 다시 오지 않을  찰나에 순간을 마음껏 눈에 담고

아이들의 엄마로 정서적인 지지가 되어주길 바랐다.

살림이 쉬운 줄 아냐며 절대 아니라고 대단한 일을 하는 거라고 엄마는 말했지만

내가 집에 있는다고 한 들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지지가 자동으로 되나?

실제로 우리 엄마도 전업주부였지만 내가 원했던 사랑과는 달랐기에 그게 꼭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살림만 하고 싶었다.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마냥 침대와 물아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으니까

정말 철없는 생각이다.


근데 쉬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다.

나는 생각보다 자기 효능감이 중요한 사람이고 두려움이 많은 완벽주의자였던 것이다.

지독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자신감이 땅끝에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쉽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브런치작가가 됐다는 승인메일을 받고 정말 기뻤다.

누가 보면 이미 대상이라도 탄 마냥 수상소감을 줄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드디어 내게도 다른 문이 열리나 싶었다.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 실패만 가득한 인생이 아니라며 혼자 방방 뛰었다.

나는 사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쓰고 싶기에 시작하지 않았고 손을 대지 않았다.

승인이 되면 신나게 글을 써내려 갈 줄 알았는데 침대에 또 틀어박혀서 즙을 짜냈다.


‘내가 과연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정말 꾸준히 뭔가를 하고 싶은데 시작했다가  찜찜하게 끝나진 않을까?’


썸남한테 까였을 때도 이렇게 찌질 해 보이지 않았는데 두렵다고 엉엉 우는 나를 보면서

그 와중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보여서 기특하기도 했다.


아직 나는 미혼이고 아이도 없다.

어떠한 삶이 나에게 안정을 가져다주고 행복을 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내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사람인 건 분명하다.


미래의 내가 내 일에 만족하며 그로 인해 얻는 시너지로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나는 내가 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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