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by 선지 마르소

어느 멋진 날


촉촉하게 젖은 아스팔트 위의

순례자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아시나요

이렇게 잿빛 하늘 아래서도

찬란한 순간들이 있는지


그러면 그들은

인색한 늙은이의 표정을 하고 말했다


찬란함은

이해할 수 없는 계절의 피상이기에

황무지 같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기러기들에게 물어보는 편이 나을 거야


하천에는 벌써 많은 기러기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대신

태양빛 한가운데서 새싹 하나가 돋아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대들은 본 적 있나요

오후의 텃밭에서 마주하는 계절의 경이를


그러면 그들은

하찮은 새들의 음성으로 말했다


빛은 찬란하지

그리고 우리는 그걸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어

하지만 들판의 무수한 꽃들에 비하면 그리 쉬운 것도 아니겠지


아시나요

제비꽃의 꽃말을

아시나요

그들은 기러기가 아니라 왜가리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어디에도 가닿지 않는 기도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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