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촉촉하게 젖은 아스팔트 위의
순례자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아시나요
이렇게 잿빛 하늘 아래서도
찬란한 순간들이 있는지
그러면 그들은
인색한 늙은이의 표정을 하고 말했다
찬란함은
이해할 수 없는 계절의 피상이기에
황무지 같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기러기들에게 물어보는 편이 나을 거야
하천에는 벌써 많은 기러기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대신
태양빛 한가운데서 새싹 하나가 돋아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대들은 본 적 있나요
오후의 텃밭에서 마주하는 계절의 경이를
그러면 그들은
하찮은 새들의 음성으로 말했다
빛은 찬란하지
그리고 우리는 그걸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어
하지만 들판의 무수한 꽃들에 비하면 그리 쉬운 것도 아니겠지
아시나요
제비꽃의 꽃말을
아시나요
그들은 기러기가 아니라 왜가리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어디에도 가닿지 않는 기도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