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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벼락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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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구로그 Nov 15. 2024

헤어지고 오는 길입니다.

돌아서는 법에 관하여.

     제 인생에서의 두 번째 이별입니다. 한 번은 뒤가 없는 쓸쓸한 결말을, 이번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결말을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너무 야속하게도 이번 이별은 저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징조를 알고 있었거니와, 그 사람이 앞으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갈 수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서로 만나 각자의 말을 전하고 돌아왔습니다. 


    원래 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끝나게 될 줄 알고 있었거든요. 어린 그녀의 사랑이 끝나게 된다면 이런 모양일 것 같았습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한 순간부터 저는 이런 이별이 다가온다면 잡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사랑을 잡는다면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닌 저를 위한 것이 되리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해주었던 사랑이 좀 버거웠던 모양입니다. 제가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어진 탓입니다. 사랑받고 있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일까요, 혹은 더 이상 그녀의 젊음을 낭비하는 꼴을 보기 싫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점점 의심이 늘어갑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나. 언제부터 그녀의 웃음은 가짜였나. 갑자기 불어오는 물살에 어느샌가 저를 가리키던 화살의 그 방향이 틀어짐을 느낍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미워지기 시작합니다. 제 앞에 쌓여있는 일들을 보며 어느 순간 제 옆을 지켜주던 든든한 버팀목 하나가 너무 일찍 사라져 버린 기분이 너무 큽니다. 상처 하나 없이 이별하고자 했던 다짐에 결국 자그마한 흉터가 하나 자리 잡습니다.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하였거늘, 결국 가슴 한편에 원망이 조금씩 싹틉니다. 이렇게 돌아서는 것이겠지요. 서로에게 멀어지는 것은 마주 보고 뒷걸음치는 것이 아닌 등을 돌리고 똑바로 걷는 것이기에, 미운 감정이 하나둘 생기나 봅니다. 

    

    동시에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아, 나는 이렇게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채 가슴에 묻는 나약한 사람이구나. 힘든 일이 있으면 묻고 할 줄 아느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 밖에 없구나. 조금도 발전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이별을 패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금도 배워가지 못한 채로 무기력하게 쓰러진 기분입니다. 혼자서 방에 쓸쓸하게 이름을 속삭이다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제가 내뱉은 말에 무엇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슬픈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저는 아직 등을 돌리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간 몸이 삐뚤어진 상태로 멀어지는 그녀를 보고 있습니다. 이대로 대각선으로 가다가는 영영 못 잊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잡고 싶진 않지만 등을 돌리고 싶지도 안습니다. 저 혼자만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며칠 추스르고 다시 글을 잡아봅니다. 그저 핸드폰의 방부 처리된 기억만 핥아갑니다. 자꾸 눈에 띄는 게 조금 가슴이 아려오긴 하지만, 이제는 거슬리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잊어가는 중입니다. 조만간, 대대적인 정리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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