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相)
너를 잊어야 할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것
반대로
너가 나를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
그 사이사이 생각의 공백에
매운 연기가 지나감을 느낀다
나 너 떠나도 울지 않으리
굳은 다짐은
마주한 눈에 허물어진다
우연을 넘기에는
순간은 너무 빨랐고
운명을 짚기에는
그 벽은 너무 높았다
쏘아 올린 원망과
쏟아지는 울음에도
나는 그저 벽을 등지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주 보는 눈과
마주 잡은 손
마주 앉은 자리조차
잊어본 적 없다
다시 되새겨 본다
마주 보는 눈과
마주 잡은 손
마주 앉은 자리조차
아직 내 눈엔 선명하다
허나
흐린 눈에 설킨
사연들 마저
멀어지는 밤
너 위해 흐르는
한 뼘의 눈물도
사랑하기 싫으니
안녕
우리는
죽음 앞에
담담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