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감력이 많은 편이다
어린 시절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의 심정에 몰입해서 시청 이후에도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기억하곤 했다
이건 타고난 기질적 성향이라
자동반사적으로 그랬다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기에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것이 불편감 없이 좋았다
내가 20대 때까지 주로 들었던
피드백은 배려심이 많다 따뜻하다 등
긍정적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경계 없이
그대로 성장했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직장에서
나의 기질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그때의 난 너무나 투명했다
상대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겠다 공감되어
조심스럽게 전했던 배려들은 어느 순간
더 이상 배려로써의 가치로운 힘을 잃었다
업무 경계가 모호한 일은 내 몫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게 감사했던 마음들도 점차
드물어지다 결국은 사라져 버렸다
깔때기처럼 모든 책임만 쏟아졌다
억울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흑화'했다
조목조목 책임을 따졌고 내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될 듯하면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온몸을 크게 부풀려 쳐내기 바빴다
이제 사회생활에 잘 적응했다고 착각했다
당시에 난 늘 화난 상태였던 것 같다
주변 경계를 낮출 수 없었기에 힘들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변화가 필요했다
그저 돈 벌기 위해 버텼던 직장 현장을
인격을 연단하는 훈련장으로 리셋했다
신께서 내게 주신 따뜻한 본성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경계를 만들어 가야 했다
가장 먼저 '과도한 화'를 버렸다
화내지 않으면 손해 볼 것만 같아서
겁이 나 차마 멈추지 못했었었다
두 번째로 경청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상대 이야기를 오래 들으면 협상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원래 경청하는 사람이었다
화내지 않고 경청하기 시작했을 때
다시 어떤 사람들은 일을 넘기려 시도했다
하지만 난 훈련을 포기하지 않았다
빨리 결론에 도달하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해당 업무의 특성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또한 각 부서 업무분장의 내용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난 무척 많이 성장했다
내 업무에 한정되었던 눈이 넓어졌다
상대가 하고 있는 업무도 이해하고 있으니
책임을 미루려 하는 시도는 금방 알아챘다
힘을 쓸 때와 뺄 때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건강한 경계가 세워지고 있었다
인격에 근육이 붙어 단단해졌다
그때 훈련을 하지 못했다면
난 사회생활뿐 아니라 삶 전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렸을 것 같다
조직생활이 때로는 지겹고 어렵지만
오히려 내 인생을 편안하게 하는 도구로
쓰임 받았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히 출근을 한다
더 단단해질 내 인격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