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는 발을 디딜 수 있어요. 두려워말아요
어느샌가
떠있는 발이
익숙해져
시선은
끝없이
위로만 떠올라
수많은 요구 속
신의 자리까지 탐을 내
내 안의 버거움도 무시하고
허공 속으로
점점 사라지던 날
영원할 거라 믿었던
하늘이 무너지고
드러낸 나의 밑바닥
닿고 싶지 않아
두려워 버둥버둥
마지막 남은 힘
모조리 쏟아내 보지만
순식간에
더 아래로 아래로
이내 도달해 버린 밑바닥
고요함 속
땅에 닿아있는 발
그런데
그 느낌이
꽤 괜찮아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만나 눈을 뜨고
듣지 못한
지난날의 내 목소리
하나씩 하나씩 꺼내 들어
날 외면하던 습관의
굴레 벗어나
진심으로 내게 사과를 전해
두 발 굳건히
단단한 나로 디뎌
나로서 존재해도 되는
용기를 만나
뚜벅뚜벅
알찬 첫걸음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