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지쳤군요
산 같은 보따리 짊어지고
수십 번 오가는 길
하는 수 없이 노곤함이 쌓여
더 이상 통행이 어려웠다
당연한 사정이고
이해받았어야 했는데
그것을 알아채지 못해
왜 더 나아가지 못하는지 닦달만 했다
닦달함은
짜증으로
분으로
분노로
포기로
우울로
지침을 알아주기만 했어도
잠깐 쉬어가기만 했어도
얼마든 다시 갈 수 있는 그 길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내 안의 지침을 알아주세요
보따리 내려놓고
노곤함이 녹도록
잠시 쉬어가면
장거리 인생길
완주하기 충분한
힘이 생겨
멈춤이 아닌 쉬어감
앉아서 쉬는 용기로
다시 걸어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