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리를 지켜주셔서 오늘도 환하네요. 고맙습니다.
오가는 이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길
전봇대 하나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하여
이곳에 있는고?
쓸모없는 위치
홀로 덩그러니
소문으로 들었던
화려한 도시
잠들지 않는 도회지의 밤
수많은 가로등
환호 속 야경
의미 있게 쓰임 받는
도심의 전봇대
나도 가치 있고 싶어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
도시를 향해 몸을 크게 비틀어
순간
전선이 뚝 끊어져
산너머 할매집
도시에서 놀러 온 손자 손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행복한 밤
갑작스럽게 정전이 찾아와
칠흑 같은 어둠이 되어버렸다
시골길 전봇대는
그 자리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다